유혈시위 진압 이후에도 러軍 눌러 앉을 것이란 관측 우세
50여명 사상, 4400여 명 체포...정보수장 '선동' 혐의 수감

러시아 평화유지군이 6일(현지시간)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카자흐스탄의 한 공항에 내리고 있다. 옛 소련국가들의 안보협의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는 카자흐스탄 정부의 요청으로 현지에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포함된 평화유지군을 파견했다. CSTO를 주도하는 러시아는 공수부대를 보냈다. /AP=연합
러시아 평화유지군이 6일(현지시간)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카자흐스탄의 한 공항에 내리고 있다. 옛 소련국가들의 안보협의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는 카자흐스탄 정부의 요청으로 현지에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포함된 평화유지군을 파견했다. CSTO를 주도하는 러시아는 공수부대를 보냈다. /AP=연합

대규모 유혈 시위가 벌어진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 러시아 공수부대 중심의 평화유지군이 투입돼 대(對)테러 작전을 수행 중이다. 시위대를 향한 ‘경고 없는 조준 사격’까지 벌어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타스 통신 등 외신은 러시아·카자흐스탄이 대규모 시위 사태의 중심지 알마티가 안정을 찾아간다고 밝혔음을 전했다. 전날 오전 시위대 진압을 위한 보안당국의 대테러작전 속에 총성이 멎었으며, 시내 광장 주변에 여전히 장갑차가 배치돼 있으나 도로의 일반 차량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알마티의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아직 차단돼 있고 국제전화도 끊긴 상황이다.

카자흐스탄 내무부는 이날 오후까지 소요 사태 가담자 4404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시위대 사상자는 50명 이상, 군경 측 역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시위대를 ‘살인자’로 규정하며 ‘경고 없는 조준사격’을 허가했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긴밀히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토카예프 대통령이 시위 대응을 위해 옛 소련권 안보협의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회원국 정상회의의 화상 개최를 제안하자 푸틴 대통령은 적극 지지했다.

CSTO에 의해 러시아 공수부대 중심의 2500명 평화유지군이 6일부터 카자흐스탄으로 파견돼 있다. ‘여우에게 암탉을 지키게 한 셈’이란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가 이웃국가에서 대중 봉기의 성공을 허용치 않을 것이며, 풍부한 자원을 가진 구소련 국가에 대한 통제 확장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카자흐스탄은 소련 해체 이래 누려온 독립을 훼손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평화유지" 명목으로 한번 발을 들인 러시아군은 사태 종결 뒤에도 떠나지 않으리란 관측이 우세하다. 러시아가 자원부국 카자흐스탄에 대한 정치적 통제권을 획득하면 전 세계 석유매장량 점유율은 40% 증가, 쿠웨이트와 동급의 거대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카자흐스탄의 우라늄 역시 전 세계 생산량의 40%다.

앞서 그루지야·시리야·타지키스탄에도 러시아가 ‘평화유지군’을 자임하며 진입한 바 있다. 이후 평화유지·자원봉사을 내세워 우크라이나 동부에 무장 용병을 배치, 국경을 감시해 왔다. 벨라루시의 경우, 1994년부터 집권한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에 맞서는 시위가 발발하자 ‘평화유지군’이 투입됐다. 1500여명의 러시아 군은 그대로 눌러앉았고, 러시아·벨라루스의 안보 협력이 긴밀해졌다.

한편 카자흐스탄 국가보안위원회(KGB) 공보실은 이날 "지난 6일 국가반역 혐의에 관한 자체 조사를 통해 카림 막시모프 KGB 위원장과 다른 인사들이 체포돼 수감중"이라고 밝혔다. 옛 소련 KGB를 이은 최고 정보기관 카자흐스탄 KGB, 막시모프에게 주어진 혐의는 여론 선동이다. 현지에선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측근들이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정권을 몰아내기 위해 이번 사태를 기획했을지 모른다는 시각도 있다. 카자흐스탄 정보기관은 마비 상태며, 러시아가 어떤 안보 지원에 나설지 또한 주목된다.

5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북서부 도시 악토베. 물가폭등에 함의하는 반정부 시위대가 진압 군경과 충돌하고 있다. 충돌이 격화하면서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5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북서부 도시 악토베. 물가폭등에 함의하는 반정부 시위대가 진압 군경과 충돌하고 있다. 충돌이 격화하면서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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