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시민들, 미접종자 차별하는 정부를 나치에 비유하며 항의
佛 전역 10만5000여명 집결, 백신패스 의무화 추진에 저항
美시카고 지역 교사노조는 정부 '대면수업' 강행에 맞서

방역대책에 항의하는 독일의 시위대. 5일(현지시간) 뮌헨에서 진압경찰이 시내 중심 쇼핑가를 봉쇄한 채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1주일새 3배 증가, 수도 베를린을 비롯해 5개 주에서 급속히 확산 중이다. /로이터=연합
방역대책에 항의하는 독일의 시위대. 5일(현지시간) 뮌헨에서 진압경찰이 시내 중심 쇼핑가를 봉쇄한 채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1주일새 3배 증가, 수도 베를린을 비롯해 5개 주에서 급속히 확산 중이다. /로이터=연합

독일 전역에서 주말(8일 현지시간), 백신접종 의무화 등 방역조처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특히 청소년 백신접종과 ‘백신패스’는 차별이라는 항의였다. 가장 큰 시위가 열린 함부르크엔 약 1만3700명이 참여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만하면 충분하다. 아이들을 놔둬라!" 구호를 외치며 시민들은 거리 시위에 나섰다.

주최 측은 참가자들에게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를 요청했으나, 많은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 거리를 행진했다. ‘백신 미접종자’라고 표기된 ‘다윗의 별(유대교 상징)’을 옷에 단 참가자도 있었다. 백신 미접종자를 정책적으로 차별하는 현 정부를 나치에 비유한 것이다. 이 참가자는 선동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베를린에선 차량·자전거 시위가 이어졌다. 경찰 집계에 따르면 차량 100대·자전거 70대에 200 여명이 참여했다. 마그데부르크·프라이부르크·슈베린 등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전날 구동독지역 츠뵈니츠에선 같은 목적의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을 향해 발연통과 횃불에 불을 붙여 투척하기도 했다.

독일 정부는 1분기 내 코로나19 백신접종 의무화를 목표로 연방하원에 관련 법안을 제출, 당론을 정하지 않고 의원 개별 표결로 도입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전날 "16개 주총리 모두 백신접종 의무화를 지지하는 만큼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강행 의지를 밝혔다. 새해 벽두부터 백신 반대론자들로 추정되는 무리의 습격을 받아 지역사무소 유리창이 깨졌던 카를 라우터바흐 독일 보건장관은 "모든 학술적 깨달음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하며 진실처럼 보이는 허풍 속으로 스스로 들어가려 한다" "새롭고 불안한 전개"라면서 백신 반대론자들을 ‘소수의 과격화’라고 격하했다.

정부의 백신패스 의무화 법안 추진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8일(현지시간) 프랑스 낭트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소수로 치부하기엔 세계 곳곳에서 백신접종 의무화 등 방역조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독일·벨기에·뉴질랜드 등지에선 백신패스 없는 사람들의 다중 공공시설 이용이 불가능하다. 대중교통에까지 백신패스 도입 법안을 추진 중인 프랑스에서 역시 같은 날 백신 의무화 반대 시위가 전역으로 확산, 10만5000명 이상이 집결했다.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일간 르파리지앵 인터뷰에서 "백신 미접종자들을 성가시게 만들겠다"고 말했다가 거센 후폭풍을 맞았다.

이탈리아 북부 파도바 대학의 안토넬라 비올라 교수 또한 최근 어린이 백신접종 필요성을 여러 차례 발언해, 총알 담긴 협박 편지를 받는 등 백신반대자들의 표적이 됐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직장 내 방역패스를 의무화했다. 업무공간 출입 시, 접종완료자·48시간 내 PCR음성확인자·완치자에게 부여되는 그린패스를 제시해야 한다. 지난달부터 5~11세 어린이 백신접종이 행해졌다.

미취학 아동을 가르치는 교사 등에게 백신접종을 강제하는 미국에선 루이지애나 지방법원의 위법 판결이 나왔지만, 정부와 교사노조의 입장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시카고 교사노조는 ‘대면 수업’ 강행의 정부에 맞서 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연방정부와 하청업체 및 직원 100명 이상 기업에 백신 의무화 조치를 내렸으나 잇따른 반대소송으로 행정명령이 중단돼 주마다 다른 상황이다. ‘지지율 위기’를 맞은 바이든 행정부는, 백신 의무화 조치가 미국 대법원에 의해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 또 다시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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