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능토큰(NFT) 시장이 디지털 네이티브인 MZ세대의 뜨거운 관심 속에 전례 없는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NFT가 메타버스, 인터넷3.0과의 결합을 통해 디지털 공간으로의 실물경제 확장을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게티이미지
대체불가능토큰(NFT) 시장이 디지털 네이티브인 MZ세대의 뜨거운 관심 속에 전례 없는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NFT가 메타버스, 인터넷3.0과의 결합을 통해 디지털 공간으로의 실물경제 확장을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게티이미지

지난해는 대체불가능토큰(NFT)의 한해였다. 빅테크와 가상자산(암호화폐),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에서 NFT 투자 열기가 불타올랐다. 가상자산이 실물경제로 유입되고,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두 기술에 기반한 NFT 시장이 폭발적 성장을 구가한 것이다.

특히 MZ세대에게 NFT는 비트코인에 버금가는 ‘인생역전’의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 관련 사업에 진출한다는 뉴스만으로 해당 기업의 주가가 치솟을 정도다. NFT가 ‘제2의 비트코인’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9일 가수 나얼의 소속사 롱플레이뮤직은 정규 1집 발매 10주년을 기념한 한정판 디지털 작품의 NFT를 하루 동안 판매해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유명 래퍼 마미손의 활약상을 그린 NFT 그림이 6100만원,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이긴 대국을 담은 NFT는 2억5000만원에 낙찰되며 문화예술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눈을 해외로 돌리면 ‘억소리’ 나는 NFT가 부지기수다. 역대 최고액은 세계적 디지털 아티스트 마이크 잉켈만의 작품 ‘에브리데이스:더 퍼스트 5000 데이즈’로 지난해 3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6930만 달러(약 834억원)에 거래됐다.

이 같은 NFT의 산업적 가치는 위·변조가 불가능한 무결성에서 나온다. 기술적 원천은 불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암호화폐 거래 참여자 개개인의 컴퓨터에 각 암호화폐의 소유자·거래 내역 등 데이터를 복제해 저장한 뒤 거래 시 대조함으로써 탈취나 위·변조를 원천 차단하는 기술이다. 다만 블록체인은 암호화폐 거래를 위해 개발돼 여타 분야에는 적용이 어렵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것이 NFT다. 디지털 콘텐츠를 코인화해 블록체인과 동일한 방식으로 위·변조를 막는다. 이 덕분에 문서·그림·음악·영상·이미지 등 진위와 소유권 입증이 필요한 디지털 콘텐츠 대부분에 적용할 수 있다. 디지털 세상의 정품 인증서인 셈이다. 가상자산인 만큼 거래와 현금화는 물론 가치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도 가능하다.

NFT의 가치에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문화예술계다. 앞선 사례처럼 미술 작품, 음원, 역사적 사건 기록 등을 디지털화해 NFT로 판매하면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 관점에선 신진 예술가나 일반인의 문화예술계 등용문으로서도 큰 효용성이 기대된다. 지난해 11월 NFT 마켓을 오픈한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기존 콘텐츠의 NFT 변환이 주를 이뤘다면 올해는 NFT를 염두에 둔 창작물 시장이 본격 개화할 것"이라며 "방탄소년단(BTS) 소속사가 디지털 굿즈 출시 계획을 밝힌 것이 그 실례"라고 말했다.

게임업계 역시 NFT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보고 있다. 게임을 즐기며 돈을 벌 수 있는 NFT 기반 ‘P2E(Plat to earn) 게임’을 신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 중이다. P2E는 게임 속에서만 통용됐던 재화를 NFT로 거래해 현금화할 수 있는 게임을 말한다. 국내 게임사 중에는 위메이드가 포문을 열면서 메가트렌드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8월 론칭한 P2E 게임 ‘미르4’가 세계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두며 연초 대비 주가가 1500% 이상 급등한 것이다. 이 같은 성공을 지켜본 엔씨소프트, 넷마블, 컴투스, 카카오게임즈 등이 잇따라 NFT 진출과 신작 P2E 게임 출시 계획을 발표하고 대대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특히 P2E 게임은 가상자산 투자 열풍와 맞물려 NFT에 대한 MZ세대의 관심을 폭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문화예술품 NFT 투자는 자금력이 필요하고, 단기간 내 차익 시현이 어렵다. 하지만 P2E 게임은 시간과 노력, 소액의 아이템 구매만으로 가상자산 투자 열차에 올라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PE2 게임이 활성화된 미국, 필리핀 등지에서는 게임 속 토큰(NFT)의 가치가 수십~수백배 폭등해 대박을 터뜨린 사례를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MZ세대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NFT는 전례 없는 속도로 성장 중이다. 세계 NFT 거래액이 2020년 9500만 달러(약 1130억원)에서 지난해 230억 달러(약 27조7000억원)로 1년 새 29배나 뛰었다. 2030년에 이르면 2400억 달러(288조9000억원)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물론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들이 앞다퉈 NFT 거래 지원시스템 구축에 나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 3~4분기 NFT 신사업 추진을 선언한 상장사만 20개사 이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성세대는 실물에만 경제적 가치를 인정하는 반면 MZ세대는 자산의 유형성과 무형성을 따지지 않는다"며 "NFT가 메타버스, 인터넷3.0과 결합하면 디지털 공간으로 실물경제가 확장되는 대전환의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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