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이틀 연속 1200원을 넘어서는 등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일 장 초반 1202.4원까지 올랐다가 1201.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연합
원·달러 환율이 이틀 연속 1200원을 넘어서는 등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일 장 초반 1202.4원까지 올랐다가 1201.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연합

환율은 한 나라 경제의 건강상태를 보여주는 ‘종합건강지표’라는 말이 있다. 그 만큼 환율 불안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한국은 외환, 주식, 채권 등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을 전면 개방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금이 들어올 때는 달러 공급이 늘어 달러의 가치, 즉 환율이 하락한다. 반면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가면 달러 공급이 감소하면서 환율이 급등한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일 전날보다 0.5원 오른 1201.5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6일에는 1201원을 기록했는데, 종가 기준으로 12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20년 7월 24일의 1201.5원 이후 17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 1200원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나 나타나는 환율 수준이다. 실제 지난 2000년 이후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 추세적인 상승세를 보인 시기는 늘 대내외 위기가 발생했던 때다.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을 받던 2008년 9월~2009년 9월, 유럽 재정위기가 전세계를 덮친 2010년 1~5월,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를 전격 평가절하하기 전후인 2015년 9월~2016년 12월에 원·달러 환율은 1200원을 넘어섰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 규제가 겹친 2019년 8~10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2020년 2~7월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원·달러 환율 1200원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린다.

환율 불안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인 한국에게 큰 부담이다. 높아지는 국제 원자재 가격에 원·달러 환율까지 치솟을 경우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원화 약세가 두드러지면 증시와 채권시장에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도 위험요인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외국인 투자금은 수익성과 안전성을 찾아 떠나고, 이 과정에서 재차 환율이 급등하는 등 외환시장에 혼란이 발생하게 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회의에서 올해 3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아울러 8조7600억 달러에 달하는 보유자산 규모를 줄이는 ‘양적긴축’을 시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보유자산 축소는 미 연준이 갖고 있는 국채를 매각해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이다. ‘안전자산’인 달러를 더욱 강세로 만드는 조치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원·달러 환율을 1230~1250원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르면 1분기 중 연고점이 경신될 공산이 큰 상태다. 한국은행은 오는 14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인플레이션 대응과 함께 환율방어가 주요 목적이다.

환율 불안에 따른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적정한 외환보유액을 갖는 것이다. 외환보유액은 위기 상황에서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인은 외환보유액 고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데,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39억 달러에 불과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631억2000만 달러(약 555조원)다. 전달보다 7억9000만 달러 줄어들었는데, 지난해 10월 말의 4692억1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이후 두 달 연속 감소세다. 대부분의 외환보유액은 미 국채 등 유가증권이고, 현금처럼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예치금은 15억6000만 달러 줄었다.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국제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자금 사정이 악화되는 경우 외환보유액을 활용할 수 있다. 외국인 투자금이 갑자기 빠져나가는 등 급격한 자본 이동으로 불안 심리가 커지는 경우에도 외환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 일종의 ‘비상금’인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953년 경상수지를 중심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한 외환보유액을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상수지보다 자본수지가 더욱 영향을 미치는

최근의 외환시장에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004년 국제결제은행(BIS)이 권고한 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국제결제은행 권고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9300억 달러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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