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반중(反中) 선봉장’ 리투아니아 구하기에 나섰다. 중국의 경제보복과 국내 지지율 하락으로 진퇴양난에 빠진 리투아니아를 향해 보답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5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대만이 2억 달러(약23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리투아니아 산업에 투자하고 양국 무역을 촉진키로 했다. "전략투자 펀드는 대만 국가발전기금의 자금과 대만 중앙은행의 지원으로 구성되며 늦어도 올해 안 조성될 예정"이라고 에릭 황 리투아니아 주재 대만 대표부 대표가 이날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첫 번째는 반도체·레이저·생명공학이 될 것이다. 리투아니아 레이저 산업과 대만 반도체 산업을 접목할 가능성도 있다." 에릭 황 대표의 설명이다. 리투아니아는 1966년 첫 레이저를 개발, 1990년대 이후 국가적 뒷받침을 받으며 독보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피코초 단위 레이저 시장에서 리투아니아는 세계 시장의 약 50%를 점유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 필수인 레이저 기술을 갖춘 리투아니아와 반도체 강국인 대만의 상생 방안이 마련된 셈이다. 대만의 리투아니아 곡물 수입 승인절차 가속화 또한 언급됐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인구 280만의 ‘소국’ 리투아니아는 중국 수교국이지만, 최근 대만과의 관계를 적극 강화하며 중국과 ‘맞짱’을 뜨는 모습이다. 미·중 대결 신냉전 시대에 전략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사태를 ‘집단 학살’로 규정한 결의안을 체택하는가 하면, 같은 달 중국과 중유럽·동유럽 국가로 이뤄진 ‘17+1 경제협력체’에서 탈퇴했다. 게다가 홍콩 탄압에 대한 규탄 시위를 지지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11월 리투아니아가 수도 빌뉴스에 ‘타이베이 대표처’가 아닌 ‘대만 대표처’를 승인하자 격렬히 반발, 양국 관계를 격하했다. 나아가 자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리투아니아 기업들과 협력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등 비공식 경제 보복을 가해 왔다. 리투아니아의 여러 수출 기업들은 지난달 중국의 통관 거부로 곤란을 겪었다. 최근 리투아니아 주류 업체 MV그룹의 럼주가 중국 항구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중국이 리투아니아를 세관 전산시스템 목록에서 삭제해버렸다. 이 때문에 통관을 못해 해상을 떠돌던 럼주 2만여병을 대만이 사들였다. 대만 측은 이 술로 건배할 때 ‘리팅워 워팅리’(立挺我 我挺立, 리투아니아가 우릴 도우니 우린 리투아니아를 돕는다)를 외치자고 제안했다. 중국은 통관 거부 등 리투아니아에 대한 교역 제한 사실을 부인하며, 대만의 조처를 "금전외교" "잘못된 행동"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리투아니아 정부 역시 지지도 하락으로 일정한 난관이 예상된다. 리투아니아방송(LRT) 여론 조사에 따르면 ‘정부를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지난해 11월 21%에서 12월 17.3%로 하락. ‘신뢰하지 않는다’가 39.6%에서 47.8%로 급증했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대만사무소 개설 자체가 아니라 명칭이 실수였다"며, 민심과 중국 달래기 양쪽으로 고심하는 모양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