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수익성-외환안정 조화"…‘국민 노후자산’ 손실 우려 커져
정은경 "환율 불안정성, 국민연금에 부담 리스크…기민 대응"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기업 중대재해 평가지표 강화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4자 협의체 가동에 들어갔다.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넘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외환 당국이 국민연금과 공조 체제를 본격화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24일 언론공지를 통해 "기재부와 복지부·한국은행·국민연금은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 과정에서의 외환시장 영향 등을 점검하기 위한 4자 협의체를 구성했다"면서 이날 첫 회의를 했다고 밝혔다. 4자 협의체에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이 참여하는 것은 외환시장 안정과 관련해 자본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액은 2024년말 기준으로 1213조원에 이른다.
외환 당국의 이번 4자 협의체 가동은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 14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과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갖고 "국민연금 등 주요 수급 주체와 긴밀히 논의하겠다"고 밝힌 지 열흘만의 후속 조치다. 기재부는 "앞으로 4자 협의체에서는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의 안정을 조화롭게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의 대규모 해외 투자를 위한 달러 수요가 구조적으로 환율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인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모두발언에서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 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기민하게 대응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하고 "최근의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가 국민연금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주요 교역국 간 관세 협상 진전과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기업들의 견고한 투자 등이 주식시장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다만 환율의 불안정성, 대내외 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리스크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비공개로 열린 첫 회의에서는 국민연금의 대규모 해외 투자가 외환시장 수급에 미치는 변동성을 줄이는 방안이 비중 있게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국민연금이 더 적극적으로 환헤지에 나서는 방안이 다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른바 ‘전략적 환헤지’, 한은과 국민연금의 외환스와프 계약 연장 등이다. 이처럼 국민연금을 환율 안정 수단에 동원하는 것과 관련해 국민 노후자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2025년도 제6차 회의를 열어 ‘2025년도 국민연금기금운용계획 변경안’을 심의·의결하고 ‘국내주식 수탁자 책임 활동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기금위는 중대재해 등 산업안전 관리가 투자 대상 기업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더 적극적으로 고려하고자 ESG 평가 체계를 개선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국내 상장기업의 재무적 요소와 함께 환경(E)·사회(S)·지배구조(G) 등 61개 비재무적 지표와 사건·사고 발생 횟수를 평가해 투자의사 결정에 활용한다.
기금위는 현재 산재 다발 사업장에만 해당했던 감점 기준을 ▲연간 사망자 2명 이상 발생 ▲중대 산업사고 발생 ▲산재 발생 은폐·미보고 사업장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또 사망 등 중대한 사건이 발생한 경우 1회당 관련 배점의 10%를 감점하던 것도 33%까지 상향 조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