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은 한국 현대사의 상징적 중심이자 좌·우를 막론하고 수많은 시민이 자유와 정의, 민주주의를 외치는 공간이다. 또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그런 상징적인 곳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6·25전쟁 참전국을 기리는 ‘감사의 정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기존 ‘100m 높이 태극기 게양대’와 ‘꺼지지 않는 불꽃’ 설치 계획이 국가주의를 떠올리게 한다는 좌파들에 의해 무산되자, 다시 절차를 밟아 선정한 것이다.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어디인지 이름도 위치도 모른 채 그저 공산주의 확산을 막기 위해 참전한, 그리고 기꺼이 아들을 내어준 그들의 부모와 국가에 우리의 감사는 너무 인색하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대한민국도 없고, 우리도 김정은 따위의 통치를 받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이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 끔찍함을 우리는 너무 쉽게 생각한다.
그 ‘감사의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조성될 공간을 두고 여당 인사들의 비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무총리 김민석의 발언이 정책적 조언 범위를 넘어 사실상 서울시정 전반에 대한 정치적 개입으로 변질되고 있다. 본인은 부정해도, 김민석은 내년 당권 혹은 지방선거에 여당의 유력 서울시장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왔다. 이런 상황에서 총리가 서울시가 추진하는 핵심 사업들에 하나씩 개입하며 공세를 취하는 모습은 국정 챙기기가 아니라 분명한 정치적 행보로 보인다.
김 총리는 종묘, 한강버스 문제에 이어 ‘감사의 정원’ 공사 현장까지 직접 찾아 비판했다. 심지어 행안부에 사업의 법적·절차적·내용적 문제는 없는지 확인해 보고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지방정부가 행사하는 고유 권한에 중앙 권력이 계속 개입하는 상황이 정당화된다면, 앞으로 야당 출신으로 선출된 단체장은 그 어떤 사업도 추진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지방자치와 선거제도 전반을 위협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특히 ‘감사의 정원’에 대해 서울시는 참전국에 대한 감사라는 분명한 목적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광화문이라는 공간의 역사성을 고려하더라도 적국·전쟁·도발을 미화하는 조형물이 아닌 이상 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오히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6·25전쟁에서 희생된 이들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인 광화문에서 말하지 못한다면 어디에서 말하겠나.
그럼에도 모 시민단체는 "외국 군대를 기념하는 권위적 공간·조형물 조성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서울시에 전달했다고 한다. 김민석은 이러한 좌 성향 시민단체의 반대 주장에 힘을 실으며 "국민이 이해하겠냐"는 식으로 서울시를 향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음 정치 행보가 어떻든, 총리는 국정에 집중해야 한다. 국가적 경제 위기가 겹겹이 쌓여 있는 지금, 총리가 특정 사안에 대해 극단적인 한쪽 성향 여론만을 근거로 지방행정을 찔러보고 다니는 것이 과연 정상인가.
더욱이 광화문에 세우려는 것은 거창한 상징 조형물이 아니라, 자유를 위해 피 흘린 나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정치적 계산이 아닌 역사적 사실 앞에서, 그 의미를 다시 돌아보고 ‘감사의 정원’을 지키는 데 자유우파가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