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자유 외치던 민주당…이젠 현수막 거는자 처벌
김현지·공산당 등 현수막 늘어난 것이 원인이란 분석
국회입법예고 사이트엔 5천여건 넘는 반대의견 등록
‘극우 현수막 방지법’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현수막 법 개정’을 직접 지시해 정치권 논쟁에 불을 지폈다.
11일 이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길바닥에 저질스럽고 수치스러운 내용의 현수막이 달려도 정당이 게시한 것이어서 철거를 못 한다”며 “정당 현수막 규제를 위한 법 개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정당이라고 해서 지정된 곳이 아닌 아무 곳에나 현수막을 달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며 “악용이 심하면 법을 개정하든 없애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현수막을 달기 위한 정당, 이른바 ‘현수막 정당’도 있다더라. 일부에서는 종교 단체와 연계됐다는 설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일부 군소 정당이 중국을 비방하거나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겨냥한 의혹 제기 현수막을 내건 것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달 4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은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인종·성·국적·종교·사상 등을 이유로 한 차별적 내용이나 허위 사실을 포함한 광고물을 금지하고,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또 시장 등이 옥외광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해 광고물의 내용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2022년 민주당 주도로 옥외광고물법에서 정당 현수막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주도한 지 약 3년 만에 정책이 정반대 방향으로 바뀐 셈이다. 당시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전국에 내걸었으며, ‘대통령은 오므라이스, 국민은 방사능 밥상’ 같은 문구로 여론전을 벌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대통령과 김 실장을 비판하거나 ‘중국 공산당 OUT’과 같은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곳곳에 걸리자, 민주당은 오히려 ‘현수막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날 대통령 발언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이 대통령은 “인종 혐오나 차별, 사실관계를 왜곡·조작하는 잘못된 정보의 유통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행위이자 추방해야 할 범죄”라고 말했다.
이 같은 대통령의 발언은 이른바 ‘극우 현수막 방지법’ 추진에 힘을 실은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시민들 사이에선 국회입법예고 사이트에 ‘반대’ 의견을 등록하며 법안 통과 저지에 힘을 모으고 있다.
개정안 반대 의견을 남긴 시민 A씨는 “여당이나 특정 세력이 비판적인 광고물을 차별적이거나 허위라고 주장하며 억압할 수 있다. 심의위원회의 정치적 편향성에 따라 결정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다른 의견을 남긴 시민 B씨는 “민주주의 헌법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에 위배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를 정치적으로 혹은 개인의 유익을 위해 악용할 가능성이 너무 높아서 반대한다”고 적었다.
시민 C씨는 “누가 저런 허울 좋은 법안을 발상했느냐”면서 “지긋지긋한 민주당 법안들에 지친다”고 말했고, 시민 D씨는 “표현의 자유가 없는 나라는 공산국가 뿐”이라며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국회입법예고 사이트에는 12일 현재까지 5천 5백여 건이 넘는 반대 의견이 올라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