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조
오광조

귀는 소리를 듣는 기관이다. 외이·중이·내이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보통 ‘귀’하면 눈에 보이는 부분인 귓바퀴를 의미한다. 귀에는 청각기능 외에 전정기관이 있어 신체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귀는 한 쌍이다. 외모를 대칭으로 보이게 하고 안경 걸치는 데 필수다. 귓바퀴는 위성 안테나처럼 소리신호를 붙잡아 외이도로 보낸다. 두 개라 소리가 오는 방향을 판단하는 데 유용하다. 개나 다른 포유류는 귀를 자유롭게 움직여 소리가 오는 곳을 더 잘 알 수 있다. 사람도 귀를 움직이는 근육이 있지만 흔적기관이다. 대부분 귀를 움직이지 못한다.

감각 중 시각이 가장 비중이 크고 중요하지만 청각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시각만으로 주변 환경을 지각하는 데 충분하지만 돌발상황에선 청각이 먼저 반응한다. 길을 걸을 때 이어폰을 꽂고 다니는 것은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는 행위다.

사람은 높이에 대한 공포와 큰 소음에 대한 공포, 두 가지 기본적인 공포를 가지고 태어난다. 손톱으로 철판 긁는 소리, 포크로 접시 긁는 소리, 어린아이의 비명 같은 강렬한 고음은 편도체에 전달되어 공포반응을 유발하고 몸을 긴장시킨다. 진화과정에서 천적이 접근하면 높은 경보음을 내질러 이에 맞춰 방어하거나 도망갔는데, 이 반응이 유전자에 각인됐다고 한다.

소리는 감정을 자극하는 데 유용하다. 소리 없이 공포영화를 보면 무섭기는커녕 과장되고 우스꽝스럽게 보인다. 적절한 효과음과 배경음악은 위기감을 고조하고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빗소리·시냇물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들을 때 교감신경 반응이 감소하고, 부교감신경 반응이 증가해서 몸이 이완되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청각은 오감 중에서 가장 손상되기 쉽다. 생활 소음에도 타격을 받는다. 이어폰으로 시끄러운 음악을 계속 듣거나 자면서 음악을 들으면 청력 손실이 온다. 한국 남성은 군대에서 사격 훈련의 영향으로 왼쪽의 청력 손상이 크다고 한다.

청력은 노화에 민감해서 30대부터 퇴행이 시작되어 가청주파수대역이 점점 좁아진다. 20세를 넘으면 하루에 1헤르츠씩 가청 범위가 축소된다. 60대는 10대의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를 이용해 어른들은 듣지 못하는 고주파 소리를 틀어 십대를 쫓아내는 방법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대화 중 자기 말을 들으면서 목소리 크기를 조절하는데 청력이 떨어지면 잘 안 들리니까 목소리를 올린다. 나이 들면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입은 하나이고 귀가 두 개인 이유는 말하기보다 더 들으라는 뜻이라고 한다. 듣지 않고 목소리만 큰 사람이 늘어난다. 세상은 갈수록 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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