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수
전광수

이재명 정부는 집권 전부터 주식시장 활성화를 공언했고, 그 약속을 ‘정치적 성공 신호’로 삼고 있다. 그에 반응하듯 몇 개월 동안 코스피가 상승하며, 이재명의 대통령 당선 이후 경제가 회복된 듯한 착시를 만들어 왔다.

그러나 5일, 코스피가 한때 장중 3900선까지 무너지고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외국인은 이틀 새 5조 원 넘게 팔아치우며 4년 3개월 만에 최대 매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동시에 급락하며 시장이 흔들렸다.

이렇게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데, 하루 전까지만 해도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빚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가 레버리지의 일종"이라며 장려까지 했다. 정부와 민주당의 주식시장 띄우기에 더해 금융당국 고위 인사가 빚투를 사실상 합리화한 셈이다.

문제는 이렇게 빚투까지 장려한 시장 부양이 국민의 자산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정치 카르텔의 이익을 지키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부동산 투자자를 투기꾼으로 몰아 세금 폭탄을 물렸고, 국민의 ‘돈을 벌고자 하는 평범한 욕구’는 모두 악마화했다. 반면, 정치권은 뒤에서 카르텔을 형성하며 사적 이익을 나눠왔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인들은 원래 그래왔다’는 지지층의 황당한 정신 승리도 있지만,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그 지지층을 포함한 국민이다.

한국 경제의 대외 의존도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나들며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수출은 압박 받고 기업들의 채무불이행과 파산이 증가하고 있다. 가계부채는 2000조 원에 육박한다. 불붙은 듯한 주식시장과 달리 실물경제는 가혹하게 냉각되고 있다. 이에 많은 전문가가 최근의 주가 상승을 단순한 시장 효과가 아니라 정부의 의도적 부양 정책, 즉 ‘정권 주도형 주가 부양’ 결과로 분석하는 것이다.

해외 역시 비슷하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마이클 버리는 최근 엔비디아·팔란티어 등 AI 종목에 대규모 공매도 포지션을 취했다. 실물보다 기대가 앞선 ‘AI 버블’ 붕괴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마이클 버리는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영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주가 하락에 베팅해 큰 돈을 번 헤지펀드 매니저들 이야기다.

이재명 정부의 주식시장 띄우기는 얼마 전까지 성공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실물경제가 동반되지 않은 상승은 반드시 붕괴로 귀결된다. 이에 더해 문재인 정부처럼 불리한 통계를 숨기거나 조작까지 한다면, 대한민국 경제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다. 굉장히 우려스럽지만, 우리는 이미 ‘빅쇼트의 서막’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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