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운동본부 "생명 나눈 이름들이 이 공간에서 영원히 빛나기를"
지난 1일, 서울 보라매공원 뇌사 장기기증인 기념공간에서 생명나눔 이름표 헌정식, "Remember your love" 개최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한창이던 지난 1일 보라매공원에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도너패밀리’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생명을 살리고 떠난 기증인의 이름이 새겨진 이름표를 부착하기 위해서다. 이날 2023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와 서울특별시가 함께 국내에서 최초로 조성한 뇌사 장기기증인 기념공간의 안내판에는 금빛으로 빛나는 생명나눔 영웅들의 이름이 빼곡히 채워졌다.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장미원에 자리한 ‘뇌사 장기기증인 기념공간’에서 ‘생명나눔 이름표 헌정식’이 진행됐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본부, 이사장 유재수 장로)가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도너패밀리 68가정 등 13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이름이 새겨진 이름표를 기념공간 안내판에 직접 부착하며 사랑의 기억을 이어갔다. 이름표는 본부를 통해 도너패밀리를 3년째 지원하고 있는 한국다케다제약의 후원으로 제작됐다.
이번 생명나눔 이름표 헌정식은 기증인의 고귀한 뜻을 알리며 사회적으로 기증인의 이름을 함께 기억하는 자리를 열어 유가족에게는 자긍심을 전하고 우리 사회에는 생명나눔의 가치를 확산할 발판을 마련했다.
2016년 뇌사로 세상을 떠나며 9명의 생명을 살린 故 김대건 씨의 어머니 홍순옥 씨(70세)는 "잊혀 가던 아들의 이름을 이렇게 남길 수 있어 큰 위로가 된다."라며, "이름표 헌정식를 준비해 주신 본부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또 2022년 아들 이승준 군을 떠나보낸 윤정원 씨(44세)는 "아이를 잃은 슬픔은 끝나지 않지만, 승준이가 남긴 사랑이 누군가의 가슴속에서 여전히 힘차게 뛰고 있다고 믿는다."라며, "도너패밀리와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생명나눔의 사랑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서 정어린 시인이 뇌사 장기기증인을 추모하며 쓴 헌시 「사랑하는 사람아」를 도너패밀리 장부순 부회장이 유가족을 대표해 낭독했다. 이날 도너패밀리 대표로 소감을 전한 故 박준희 씨의 어머니 신경숙 씨(58세)는 "기억은 희미해 질 수 있어도 부모에게 자녀의 이름만큼 선명한 것은 없다."라며, "생명을 나눈 사랑으로 각인된 이름들이 이 공간에서 영원히 빛나며 그 사랑을 이어가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순서는 생명나눔 홍보대사 라루체가 헌가를 선사하며 참석자들에게 깊은 존경과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본부 유재수 이사장은 "뇌사 장기기증인 기념공간에는 기증인과 유가족, 이식인을 상징하는 세 개의 구로 제작된 조형물 ‘나누고 더하는 사랑’을 조성돼 기증인을 추모하고, 유가족 간의 교류와 위로를 이어가는 상징적인 장소로 기능해 왔지만 기증인 명단을 담지는 못해 유가족들의 아쉬움이 늘 존재했다."라며, "이번 헌정식을 통해 유가족들의 바람이 조금이나마 해소되었기를 바라며 앞으로 기념공간에 기증인의 이름을 영구적으로 남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