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1테러 도시에 무슨 일이...
월가 "사회주의자 선출 미친 짓"
기업·부자들 뉴욕 엑소더스 조짐
WP "美 번영시킨 시장경제 위기"
미국 최대 도시 뉴욕에서 최초의 무슬림 시장이 당선된 가운데 사회주의적 공약의 이행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30대 정치 신예이자 인도계 무슬림인 조란 맘다니 뉴욕주 하원의원이 이날 뉴욕시장에 당선됐다. 아프리카 출신 무슬림이 미국 뉴욕의 시장으로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택 임대료 동결, 저소득층·중산층을 위한 20만 채의 신규 아파트 건설 등 주택난 해소를 중심으로 내건 공약이 젊은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맘다니는 1991년 우간다에서 태어난 뒤 부모를 따라 뉴욕으로 이주해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가족과 함께 미국과 인도, 우간다를 오가며 생활했다. 대학 졸업 이후 비영리 단체에서 일했고 2015년 뉴욕시의회 선거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미국 시민권은 2018년에야 취득했다. 작년만 해도 민주당 내 기반이 없던 무명 정치인이었던 맘다니가 능숙한 소셜 미디어 활용 능력을 바탕으로 미국 시민이 된 지 7년 만에 111번째 뉴욕시장이 되는 기록을 쓴 것이다.
미국 정가에서는 맘다니의 공약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흘러나오고 있다. 맘다니는 이번 선거에서 주택 정책 외에 무상 보육·대중교통 확대, 시립 식료품점 설립, 부유층과 기업에 대한 세금 인상 등 다양한 공약을 내걸었다. 과거 비슷한 실패 사례만 보더라도 극단적이고 위험한 계획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BBC는 "민주당의 빌 드 블라지오도 12년 전 뉴욕시의 경제적·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공약으로 내세워 시장에 당선됐다"며 "좌파 미국인들은 효과적인 자유주의적 거버넌스의 전국적 모범을 보여줄 것이라는 큰 기대를 품었지만 뉴욕시장 권한의 한계로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8년 뒤 시장직에서 물러날 때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했고 업적도 엇갈렸던 드 블라지오처럼 맘다니도 그런 한계와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선거 전부터 맘다니를 ‘공산주의자 미치광이’라고 칭하면서 "맘다니가 승리한다면 뉴욕시는 완전한 경제적·사회적 재앙이 될 것"이라며 "(맘다니 당선시) 뉴욕시에 대한 필수적인 최소한의 것을 제외한 연방 자금 지원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맘다니가 시정 활동의 한계에 부딪칠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9·11테러의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 뉴욕에서 무슬림 출신 시장의 탄생은 또다른 불안감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뉴욕에는 거의 90만 명의 무슬림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맘다니의 부상이 뉴욕 내 많은 무슬림에게 시민 사회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희망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미국 극우 활동가인 로라 루머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맘다니의 리더십 아래 뉴욕에서 또 다른 9/11이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고,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등도 "뉴욕은 이주를 통제하지 못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경고"라고 주장했다.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맘다니의 선거 운동은 전국적으로 이민자와 무슬림 공동체에 대한 전 세계적인 반발이 다시 거세지는 가운데 전개됐다"며 "(맘다니의 출마는) 종교, 인종, 이념이 양극화 심화 시대에 어떻게 충돌하는지 보여주는 시험대가 됐다"고 전했다.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고 있는 맘다니의 경험 부족에 대한 비판도 여전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사설을 통해 "34세인 맘다니는 비영리 단체에서 약 1년간 정규직 상담사로 일한 것을 제외하고는 정치 외 사회 활동을 한 적이 없다"며 "(그런 인물이) 앞으로 1160억 달러(약 167조 7592억 원) 규모의 예산과 30만 명의 뉴욕시 공무원을 감독하는 자리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 시스템의 수호자들이라면 단순히 사회주의가 나쁘다고 비판하는 데 그치지 말고 경제적 자유가 어떻게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는지 보여줘야 한다. 미국의 많은 실패들은 자유 시장의 폭주가 아니라 정부의 과도한 개입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