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준비를 위해 양자역학을 공부하느라 딸 결혼식에 신경을 못 썼다." 국민의 실소를 자아내게 한 과방위원장 최민희의 말, 하지만 여기에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 그건 과방위가 뭐 하는 곳인지 국민이 알게 됐다는 점이다.
과방위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약자, 여기서 다루는 주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 이렇게 다섯 개다. 최민희 자신이 ‘배탈이 난 자녀에게 양귀비를 넣어 삶은 물을 먹여서 효과를 봤다’는 책을 쓸 만큼 비과학적인 분이다 보니, 국감 준비를 위해 만사 다 팽개치고 양자역학을 공부하는 게 이해는 간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는 것이, 최민희가 위원장이 된 2024년 6월부터 과방위는 오직 한 가지 이슈, 즉 ‘방송’만 다뤘기 때문이다. 특히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이 임명되고 난 뒤 그들이 한 것이라고는 ‘어떻게 하면 그녀를 그 자리에서 쫓아내는가’였다.
취임 이틀 만에 탄핵을 시키고, 인사청문회 와중에 이진숙 스스로 공개한 10년 전 법인카드 내역서를 빌미로 법카를 유용했다고 우겨댔으며, 탄핵으로 업무가 정지된 동안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한 말을 빌미로 공무원 중립의무를 위반했다고 공격했다.
심지어 해당 발언이 그 당시에는 누구도 예상 못했던 조기 대선에 영향을 줬다며 공직선거법 위반을 갖다붙이기까지 했는데, 이는 훗날 경찰이 이진숙에게 수갑을 채우고 유치장에 수감시키는 것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러고도 부족해서 과방위가 이진숙을 불러놓고 ‘사퇴하라’고 으름장을 놓은 것도 수십 번, 그럼에도 그녀가 물러나지 않자 과방위는 기존 방통위를 없애고 방미통위라는 조직을 새로 만들어 자신들의 뜻을 관철해 버렸다!
이것이 지난 1년 반 동안 벌어진 일, 그러니 많은 국민이 과방위를 ‘민주당이 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위원회’라고만 아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눈엣가시였던 이진숙 위원장을 쫓아내자 이제 좀 여유가 생겼는지, 이번 국감에서 과방위는 진짜 과학기술을 다룰 계획을 세웠다!
드디어 이름값을 하나 싶었는데, 주제를 보니 한숨만 나온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체코 원자력발전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미국 원전 업체 웨스팅하우스(WEC)와 불평등 계약을 맺었다는 의혹을 제기할 계획이다." 체코 원전 수주는 2009년 UAE 바라카 원전에 이어 우리가 해외에서 이룬 두 번째 쾌거로, 유럽 땅에서 원전 강국 프랑스를 제치고 공사를 따냈다는 점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계약 규모는 약 26조 원, 덕분에 문재인의 탈원전으로 인해 고사 위기에 처한 국내 원전 생태계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문제는 이게 윤석열 정부 때 따낸 공사라는 것, 원래도 중국산 태양광에 열광하던 좌파들로서는 해외원전 수주가 윤 정부의 업적으로 기록되는 게 싫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굴종계약이다’ ‘기술주권, 원전주권을 팔아먹고 국부를 유출시키는 매국행위다’라며 끊임없이 체코 원전수주를 비판해 왔었다.
정권이 바뀌고 나선 감사원에 감사를 맡기더니, 이번 국감에선 자기들 특기인 호통치기와 모욕주기, 대답할 기회 안주기 등등 민주당이 자랑하는 ‘3종 세트’를 동원해 원전계약을 스스로 포기하게 만들 계획이었던 모양이다.
우리 원전기술이 가성비가 워낙 뛰어나 건설비가 싼 것이고, 우리 원전기술 중 일부는 미국 회사의 도움을 받았으니 지적재산권 비용을 주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 돈은 체코로부터 받아 미국 회사에 건네주는 것일진대 이게 어떻게 국부 유출인지 당최 이해가 안 된다. 그런데 원전 국감이 시작할 즈음에 최민희가 딸 결혼식 관련해 거하게 사건을 치는 바람에 과방위 국감이 파행돼 버렸다!
원전 수주를 위해 애쓴 분들이 괴롭힘 부문 1위인 과방위에게 시달림을 당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그래도 씁쓸하긴 하다. 좌파들은 절대 자신들의 야욕을 포기할 자들이 아니라는 게 첫 번째 이유고, 두 번째 이유는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의 말에 들어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AI 3대 강국, 우주 5강의 담대한 계획이 도전받고 있다. GDP 대비 연구개발비가 세계 2위임에도 노벨과학상은 제로다. 그런데 지금 과방위의 모습은 어떠한가?"
각계 전문가를 불러 과학연구에 애로사항은 뭐가 있는지, 국회가 입법을 통해 뒷받침해줘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 과방위의 역할이어야 하거늘, 이런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애써 이룬 성과마저 폄하하려고 하니 한숨만 나오는 건 당연하지 않는가? 그래서 묻는다. 과방위는 정말 대한민국에 필요한 기관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