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있어 본 적이 없다’라는 뜻의 ‘미증유’(未曾有)라는 말도 하나의 성어다. 미(未)는 ‘아직 …하지 않다’는 부정접두사이고, 증(曾)은 ‘일찍이’라는 부사로 과거의 경험을 나타낸다. 예부터 일상에서 자연히 쓰였던 말로 여겨지지만, 알고 보면 불교에서 비롯돼 널리 사용된 듯하다.
불경의 목록 중에는 미증유인연경(未曾有因緣經)이나 중아함경(中阿含經)의 미증유법품(未曾有法品)이 보인다. 그리고 법화경(法華經)과 능엄경(楞嚴經) 등에 ‘지금까지 있어 본 적이 없는 깨달음을 이제야 얻었다’는 의미의 ‘득미증유’(得未曾有)라는 말이 나온다.
‘일찍이’라는 부사는 ‘증’ 말고 ‘상’(嘗)을 쓰기도 한다. 북송(北宋)의 문호(文豪) 소식(蘇軾)이 지인 곽상정(郭祥正)에게 보낸 편지에 ‘득미상유’(得未嘗有)라고 쓴 적이 있다. ‘아닌 게 아니라 과연’으로 해석되는 미상불(未嘗不)에 보이는 글자다. 이 글자의 원래 의미는 와신상담(臥薪嘗膽)에서와 같은 ‘맛보다’이다.
지난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서거 46주기 추모식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당대표가 "박 대통령이 일으켜 세운 위대한 대한민국이 미증유의 위기를 맞았다"고 피를 토하듯이 말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0월 최고위원일 때 "이재명 대표가 매일매일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며 "국민의 이름으로 미증유라는 아호를 드린다"라고 말한 적도 있다.
지난 몇 달 동안 변화되어온 나라의 상황을 볼 때 적절한 표현이라고 공감할 사람이 대다수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야말로 지금껏 듣도 보도 못한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지경이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19대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의 이 말이 떠올라 전율을 금치 못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