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 오전 10시 29분, 1분간 도심에 추모 사이렌이 울렸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이 슬픔의 순간을 한 편의 정치적 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과거 세월호 참사 이후 ‘미안하다 고맙다’라며 국민을 경악하게 했던 문재인의 그 장면처럼,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참사는 정치적 자양분으로 희생되는 일이 반복됐다. 채 상병 사망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냉정하게 사안을 확인하고 진상 규명이 필요한 참사의 순간마다 좌파 진영은 이를 ‘정권 심판’의 정치적 도구로만 삼았다.
반면, 무안공항 참사에서는 ‘항공사 책임’ 프레임이 도드라졌다. 조사 결과 공항의 설계 및 시공 문제 등 정치권과 지역 카르텔 문제가 팩트로 드러났지만, 좌파 진영은 그것이 전라도 지역의 기관과 정치 문제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어느 순간부터 무안공항 참사는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칭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마지막 순간까지 애썼던 기장과 항공사가 피해를 입는 상황에 이르렀고, 그 결과를 제대로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치 문제를 개인과 기업의 책임으로 전가함으로써 책임의 중심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킨 것이다.
모든 참사는 원인 규명-신상필벌-개선의 흐름으로 다뤄져야 한다. 그러나 좌파는 ‘정권 퇴진’ 또는 ‘심판’의 프레임을 전형적으로 사용한다. 진상조사와 신상필벌, 추모는 이념적 투쟁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 그럼에도 좌파는 이를 필요에 따라 이용한다.
특히 정부가 참사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좌파 진영은 그 틈을 정치적으로 메운다. 이 과정에서 참사 피해 회복이나 실체적 규명보다 정치적 논쟁이 더 큰 무대로 변질된다.
이제 대통령이 된 이재명은 "이태원 참사 당시 국가는 없었다. 이제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발언을 했다. 29일 울려퍼진 사이렌과 함께 그 발언은 국가가 다시는 같은 사이렌을 울리지 않겠다는 실질적인 약속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먼저 좌파 스스로 ‘참사 정치’를 내려놓아야 한다. 더 이상 안타까운 사건을 정쟁으로 만들지 말고, 이념의 잣대로 목숨의 무게를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좌파의 특성상 그럴 일은 없을 듯하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권력기관을 장악한 좌파 세력과 이재명 대통령부터, 임기 내 발생하는 모든 희생의 책임자가 되어 퇴진하게 될 것임을 경고할 수밖에 더 있겠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