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저지선 뚫고 회담장 인근까지 접근하기도
29일 경주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을 맞은 것은 환영 인파가 아닌 "NO 트럼프" 구호였다. 경주 도심 곳곳에서 반(反)미 시위대가 모여들며, 한미 정상회담장 주변은 하루 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오전 경주 구황교네거리 인근에서는 37개 진보단체와 진보정당으로 구성된 ‘2025 아펙 반대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의 약탈적 관세 전쟁을 반대한다"며 "아펙 정상들은 트럼프가 아닌 세계 민중의 목소리를 경청하라"고 주장했다.
김종민 국제전략센터 정책팀장은 "올해 아펙이 다뤄야 할 다양한 의제에도 불구하고 모든 관심이 트럼프의 경제 전쟁에 쏠려 있다"며 "아펙이 트럼프의 독무대가 돼선 안 된다. 미국의 경제 독주를 좌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석한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트럼프는 관세 협상을 명분 삼아 전 세계를 상대로 약탈적 행위를 일삼고 있다"며 "이런 강대국을 견제하지 못하는 아펙 회의가 과연 지역의 번영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 가면을 쓴 인형을 포승줄로 묶은 채 "노 트럼프", "아펙 반대" 등이 적힌 레드카드를 흔들며 퍼포먼스를 벌였다. 인형에는 ‘한국은 머니 머신이다’, ‘이민자가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 등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풍자한 문구가 붙어 있었다.
오후에는 경찰과 반미 시위대가 충돌하기도 했다. 경주 동궁과월지 인근에서 열린 집회 참가자 70여 명이 경찰 저지선을 뚫고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경주박물관 방향으로 진입을 시도하면서 일시적인 소란이 빚어졌다. 시위대는 ‘NO Trump, 대미 투자 철회’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200~300m가량 이동했으며, 일부는 왕복 4차로 도로를 따라 행사장 100m 앞까지 접근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차량 차벽을 설치하고 강제 해산에 나섰다. 물리적 충돌이 있었지만 큰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