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구인 게시판 모습. /연합
23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구인 게시판 모습. /연합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인구 집중에 따른 수도권 집값 상승, 은퇴 세대의 노후 불안, 지방 중소기업의 인력난 등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동시에 해소하는 방안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본격적인 은퇴가 진행되고 있는 수도권 베이비붐 세대(1955~64년생)의 지역 중소기업 취업을 통해 그들의 노후 보장, 지역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추진하자는 아이디어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10·15 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며 여야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계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모양새다.

23일 한경협은 복합적 문제 해결을 위해 ‘베이비부머 지역경제 붐업(Boom Up)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한경협은 그 첫 시리즈로 지역 중소기업의 인력난 현황 결과를 발표했다.

한경협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하여 수도권 및 제주권을 제외한 지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500개 기업 응답)에 따르면 지역 중소기업 2곳 중 1곳(51.4%)이 현재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인력난을 겪고 있는 비율이 60.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지역 중소기업 인력난의 주요 원인으로는 ‘낮은 급여 및 복리후생’(32.9%)이 지목됐다. 이어 회사의 업종 및 직종 특성(16.6%), 지역 인구 감소 및 인재 유출(12.4%), 구직자의 수도권 및 대도시 선호 경향(11.1%) 등이 꼽혔다.

이에 따라 지역 중소기업의 과반(52.2%)이 중장년 채용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력난을 겪고 있는 기업의 경우 그 비율이 60.7%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중장년 채용 시 지급 가능한 최대 월급 수준(풀타임 근무 기준)은 평균 264만 원으로 나타났다.

한경협의 구상은 수도권 중장년의 귀촌을 도우면서 지역 중소기업 인력난을 해결함으로써 수도권 집중을 해소함과 동시에 지역 중소기업,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한경협의 제안은 젊은 층의 ‘내 집 마련’ 못지않게 은퇴 세대의 노후생활 준비 부족과 그로 인한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한 일자리도 중요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9월 KB금융그룹이 발표한 ‘2025 KB골든라이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77.8%가 ‘노후생활 준비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나 ‘준비가 잘 되어 가고 있다’고 응답한 가구는 19.1%에 불과했다.

은퇴 연령대 및 중·고령층의 일자리는 노후 준비에서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50~64세 취업률은 OECD 평균보다 높지만 대부분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고용 상태이며, 고령층(65~69세)에서는 비정규직 비율이 OECD 평균의 약 3배 수준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지역 인구 감소로 인해 중소기업들이 인력난을 겪으며 경영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수도권 베이비붐 세대의 고향을 중심으로 한 귀촌과 지역 내 재취업을 유도한다면 지역 중소기업 인력난 완화와 지역경제 및 내수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경협의 제안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책적 뒷받침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중소기업들도 한경협 구상의 성공 요건으로 귀촌 중장년 채용 시 기업 인센티브 지급(23.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임대주택 등 안정적 주거시설 제공(21.0%), 맞춤형 직무교육 및 재취업 프로그램 제공(13.8%), 시간제·공공근로 등 다양한 일자리 유형 제공(13.0%)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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