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수출 타격 통계로 확인 속 야당 정부무능 비판
합의서는 최소 안전장치...없다 보니 계속 끌려다녀
APEC 전 협상 진전?...트럼프 일정 보니 기대 난망
2차 한미 정상회담이 분수령? 기대난망 관측 더 커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이 지연되면서 대미 수출 타격이 통계로 확인되자 정부의 무능에 대한 야당의 비판이 매서워지고 있다.
김기흥 국민의힘 대변인은 9일 "미국의 국가별 수입 구성에서 한국이 지난 88년 이래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협상에서 합의를 해놓고도 강자가 나 몰라라 하지 못하게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합의서인데 그게 없다 보니 계속 끌려다니며 협상 타결을 못하고 있다"고 이재명 정부를 직격했다.
하루 앞선 8일 한국무역협회가 미국 상무부 통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미국 수입 시장 내 입지가 주요 경쟁국에 비해 더 약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미국의 10대 수입국 순위에서 한국은 10위를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하기 직전인 작년 4.0% 비중으로 7위를 차지했으나 올해 3단계나 내려앉은 것이다. 이는 198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미국 수입 시장 내 순위가 급락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전면적인 관세 정책의 부정적 영향을 경쟁국보다 상대적으로 크게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년 한국보다 순위가 낮았던 대만, 아일랜드, 스위스가 올해는 한국을 추월했다.
지난 7월 말 큰 틀의 합의와 8월 25일 한미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25%의 관세를 부과받고 있어 공식 문서를 통해 15%를 적용받는 일본과 유럽연합(EU)에 가격 경쟁력에서 치명적 열세에 놓여 있다.
하지만 타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협상이 장기화할 전망이어서 산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통상 장관을 만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6일 인천국제공항 귀국길에서 "한국이 갖고 있는 외환시장의 민감성이라든지 그런 부분에 상당한 공감대가 이뤄졌다"며 "(대미 투자) 패키지의 일환으로 논의되고 있는 부분이라, 그 부분도 이견이 좁혀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으나 산업계는 미덥지 못하다는 분위기다.
그간 수없이 협의를 하면서도 서로 이견만 확인했을 뿐 구체적 성과를 내놓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김 장관이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펀드의 직접 투자 비율이나 구체적인 투자 분야에 대해선 "거기까진 논의되지 않았다"고 했다는 점을 업계는 눈여겨 보고 있다.
투자 구성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는 상황인데,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러면 무얼 협의했다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경제계에서는 김 장관이 러트닉 장관과 한미 무제한 통화스와프에 논의를 집중했을 것으로 관측한다.
문제는 통화 스와프 결정권은 행정부가 아니라 미 연방준비제도 즉,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사결정)와 연방준비은행(집행)이 갖고 있어 러트닉 장관이 확답을 줄 수 없다는 점이다.
또 미 연준이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과 통화스와프, 그것도 무제한 스와프를 허용하지 않을 것인 데다가 설혹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한국이 이자와 함께 갚아야 하므로 경제 규모상 한국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해결책으로 볼 수 없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고, 정부도 APEC 정상회의에서 관세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룰 방침이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투자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는 데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방한해 1박 2일 일정을 마친 뒤 귀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와 같은 일정은 그가 APEC 정상회의는 물론 한미 정상회담에 비중을 두고 있지 않는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국회 차원에서 일방적인 대미 투자 요구 즉각 철회를 결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일부 여권 의원들은 미 대사관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으나 협상에 지렛대가 되기보다는 결렬의 위험을 높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결렬 시 25%가 아니라 50%, 100%의 보복성 관세를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