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관세 충격 우려에도 불구하고 9월 한국의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최대 수출품 반도체가 역대 최대 수출을 기록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하고, 미국 관세 타격이 있는 자동차도 역대 9월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쌍끌이’를 한 덕분이다. 다만, 올해 ‘늦은 추석’의 영향으로 9월 조업일수가 증가한데다, 반도체의 경우 미국의 관세 부과 전 ‘밀어내기 수출’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9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수출은 659억5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12.7% 증가하며 3년 6개월 만에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4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진 것이다. 9월 수출을 견인한 것은 반도체다. 반도체 수출은 고대역폭 메모리(HBM), DDR5 등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주요 제품의 고정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작년보다 22.0% 증가한 166억1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초로 월간 ‘160억 달러 벽’을 넘어선 것이기도 하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2%로, 전체의 4분의 1을 초과섰다.
자동차는 미국의 25% 품목관세 부과로 인한 대미 수출 감소에도 유럽연합(EU), 독립국가연합(CIS) 등지로 수출이 늘어나며 작년보다 16.8% 증가해 역대 9월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우려가 완전히 불식되지 않았지만, 순수전기차(EV)·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와 내연기관차 수출이 모두 증가하면서 4개월 연속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선박(21.9% 증가) 역시 2∼3년 전 높은 선가로 수주한 선박의 수출이 본격화하면서 7개월 연속 수출 상승세를 이어갔다. 바이오헬스(35.8%), 가전(12.3%), 일반기계(10.3%), 섬유(7.1%), 차부품(6.0%), 석유제품(3.7%) 등 주력 품목들도 수출 증가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미국의 고율 관세 영향이 있는 철강(-4.2%)과 이차전지(-8.8%), 무선통신기기(-6.9%), 컴퓨터(-13.2%), 석유화학(-2.8%) 등은 작년보다 수출이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관세 타격이 있는 미국을 제외한 모든 주요 지역에서 수출이 증가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국이 수출 강점이 있는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이 미국발 관세 악영향을 상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기업들이 일정 부분 수출 다변화 노력을 한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9월 한국의 수출 성적표는 미국 관세의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면 기대이상이다. 올해 추석 연휴가 10월로 밀리면서 10월 수출 물량 일부가 9월에 집행됐기 때문이라는 관측과 아직 미국의 관세 영향이 본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작년에는 9월에 있던 추석 연휴가 올해는 10월로 넘어가면서 올 9월 조업일은 작년보다 4일 많았다. 다만 조업일 증가 요인을 배제해도 9월 일평균 수출액은 27억5000만 달러로 역대 9월 중 2위의 양호한 수준이다. 최대 수출품 반도체 수출 호조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앞서 미리 재고를 확보하려는 이른바 ‘밀어내기 수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7월 말 한·미 관세 협상이 큰 틀에서 타결됐지만, 3500억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등 구체적 내용을 놓고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고 있어 최대 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 환경은 여전히 불확실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