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행사 앞두고 꽃제비 집중단속 지시…10월 3일까지 전국적 검열 강화
평양 진입 차단 위해 주요 초소 검열 강화...임시 수용소까지 지정
안전원들 “먹일 것도 없이 가두기만 하나”...눈가림식 단속에 불만
주민들도 “굶주림이 문제인데 단속만 한다고 사라지겠냐”며 비판
북한 당국이 내달 10일 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면서 거리의 꽃제비들을 집중 단속하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적으로는 ‘거리 정화’ 명목이지만, 근본적인 대책 없는 보여주기식 단속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29일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5일 북한 중앙 당국은 전국 안전부에 지시를 내려 오는 10월 3일까지를 ‘꽃제비 집중 단속 기간’으로 설정하고 기차역, 버스정류장, 장마당, 상점 밀집 지역 등에서 꽃제비들을 모두 붙잡아 ‘박멸’할 것을 명령했다.
데일리NK 평양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특히 이번 단속의 핵심은 평양 진입 차단이다. 당국은 수도권으로 들어오는 주요 길목의 ‘10호 초소’ 검열을 강화하고, 꽃제비가 평양 시내에 드러나지 않도록 철저히 막을 것을 요구했다. 이는 대규모 경축행사에서 꽃제비들이 노출될 경우 ‘나라의 대망신’으로 간주하겠다는 의도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전부에는 꽃제비들을 임시 수용할 장소를 별도로 지정하라는 지시까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보여주기식 단속에만 집착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흥미로운 것은 단속을 집행해야 할 안전원들조차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 소식통은 “행사 때만 반짝 단속을 지시하는 것은 눈가림일 뿐이며, 대책 없는 반복에 현장 안전원들이 지쳐 있다”고 전했다.
안전원들은 꽃제비들을 붙잡아 원거주지로 돌려보내라는 지시를 받지만, 현실적으로 꽃제비들은 가족과 단절된 경우가 많아 사실상 거주지가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시설에 보내도 곧 도망쳐 나오는 일이 잦아 ‘끝없는 되풀이’라는 자조가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안전원들은 더 직설적으로 체제의 모순을 지적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먹을 게 없어서 길거리에 나온 아이들을 잡아 어디에 두라는 것이냐”, “먹일 것도 없으면서 단속만 해서 가둬두면 무슨 소용이 있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는 소식통의 전언이다. 북한 당국이 근본적인 경제·사회적 대책 없이 체제 치장만을 위해 주민을 탄압하는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제기되는 모양새다. 최근 기차역 대합실에서 어린 꽃제비들이 무더기로 잡혀 몰려앉아 있는 모습을 본 한 주민은 “인민이 못 먹어 거리에 나오는 게 문제인데, 대책도 없이 잡아넣기만 한다고 없어지겠느냐”고 꼬집었다. 북한 주민들 스스로도 단속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님을 직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국내 한 북한 전문가는 "당 창건일 기념행사를 앞둔 북한 당국의 꽃제비 단속은 근본적 해법이 없는 ‘눈가림식 조치’일 뿐"이라며 "북한 정권은 체제 치장을 위해 굶주린 아이들을 거리에서 쓸어 담으며 국제적 망신을 피하려 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여전히 인민을 돌보지 않고 탄압하는 독재정권의 민낯과, 반복되는 인권 유린의 현실이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