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미사일은 빠지고 검증도 없는 합의…정보 제한만 초래한 ‘일방 군축’
연락사무소 폭파·미사일·포격·무인기까지…파기 책임은 北에 있는데도
'대화 명분'은 허상…원칙없는 유화책은 북한선전만 돕고 지렛대는 약화
해법은 인도적 교류의 제도화...이산가족·식량 등 협력과 엄격 모니터링
최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9·19 군사합의 복원을 거론하며 남북 대화 재개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해당 합의가 왜 무너졌는지, 파기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분명히 하지 않은 복원론은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합의가 북한의 반복적 위반과 도발로 사실상 무력화됐고, 한국엔 정보수집 제한과 일방적 군축이라는 비용만 남겼다는 지적이다.
29일 군사계에 따르면 2018년 평양 정상회담 부속 합의인 9·19는 DMZ GP 철수, 군사분계선 일대 비행금지, 해상 적대행위 중단이 골자였다. 그러나 핵‧미사일 비포괄, 상호주의·검증·제재 수단 부재라는 구조적 결함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 결과 합의는 실질적 안전보장 없이 한국의 정찰·감시 능력만 제약하는 효과를 낳은 것으로 평가된다.
문동욱 WEMAKEKOREA 대표는 "합의 이후 북한은 단·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거듭했고, 2020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 합의 정신을 정면 위반했다. 2022년 이후에는 전술핵 탑재 가능 탄도미사일 발사와 포격, DMZ 총격, 무인기 침투 등 군사적 긴장 고조 행위를 상습화했다"며 "한국 정부의 합의 효력 정지는 이러한 위반에 대한 불가피한 대응이었다. 그럼에도 복원만을 외치는 것은 책임 소재를 흐리고 북한에 면죄부를 줄 위험이 크다"고 전망했다.
사실 대화의 성패는 합의 존재가 아니라 북한의 태도 변화에 달려 있다는 의견이 많다. 위반을 일상화한 상대에게 합의 복원을 제안하는 것은 외교·심리전의 승리를 안겨줄 뿐, 실질적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예상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협상 지렛대 약화와 정치적 선전 재료 제공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남북 신뢰 구축은 원칙과 상호주의 위에 서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된다.
문동욱 대표는 "합의 복원 대신, 정치적 부담이 낮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인도적 교류를 우선 추진해야 한다"며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및 방식 다변화 ▲국제기구 연계를 통한 식량·의약품 지원 ▲재난·산림 녹화사업 공동 대응 협력 체계 구축 등을 제안했다.
문 대표는 "이산가족의 경우 정부 등록 신청자 13만 4,484명 중 73.6%가 이미 사망했고, 생존자 84.4%가 70세 이상이다. 화상 상봉·영상 메시지·서신 전달을 포함해 남북·국제적십자 3자 체계로 상봉을 정례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식량·의약품 지원에 대해선 "WFP·WHO 등과의 모니터링 가능한 삼자 협력으로 영유아·임산부 등 취약계층을 선별 지원하되, 현장 검증과 투명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공동 대응 협력 체계 구축에 대해선 "산불·홍수·감염병 등 초국경 재난에 공동 조사·기술·물자 공유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며 "북한의 산림복구 전투(2015~2024)는 122만 2768ha로 목표(168만 2000ha)의 72.7%에 그쳤다. 남북산림협력센터를 전초기지로 삼아 복원·방재 기술을 상호 보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인도적 교류는 군사도발 시 자동중단 원칙, 현장 공동점검, 분배 투명성을 명문화해 북한의 정치적 선전 악용을 차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남북간 9·19 군사합의 복원은 ‘복원 구호’가 아닌 ‘원칙 있는 실용’이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표는 "9·19 복원은 북한의 위반이라는 현실을 외면한 채 한국만 제약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원칙과 검증, 상호주의에 기반한 인도적 협력의 제도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산가족의 시간은 끝을 향해 달리고, 북한 주민의 생존권은 정치와 분리해 다뤄야 한다"며 "책임을 따지고, 원칙을 세우고, 검증 가능한 교류를 지속하는 것, 그 길만이 남북관계를 실질적으로 전진시키고, 한국 안보와 국익을 동시에 지키는 해법"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