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 출범 후 처음이자 6년 만의 유엔총회 연설에서 자신이 세계 7개의 전쟁을 종식시켰다고 공치사를 하며, 유엔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공격했다. 그는 또 유엔을 향해 국제분쟁 해결에는 무능한 반면, 사기 같은 기후위기론 설파와 불법 이민자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며 독설을 퍼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총회 연설에서 "나는 어떤 대통령이나 총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했다. 불과 7개월 만에 7개의 전쟁을 끝냈다"며 "유엔이 해야 할 일을 내가 해야 했다는 게 안타깝다(too bad)"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엔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들이 하는 일은 정말 강경한 어조의 편지를 보내는 것뿐인데 후속조치는 전혀 없고, 공허한 말뿐"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전쟁 종식 노력을 열거하면서 노벨평화상을 받고 싶어 하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모두가 이 모든 업적 하나하나에 대해 내가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며 "나에게 진정한 상은 수백만 명이 끝없이 이어지는 영광 없는 전쟁에서 더 이상 죽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이 주도해온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저감 정책에 대해서도 "전 세계에 저질러진 최대의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기온이 올라가든 내려가든 무슨 일이 벌어지든 기후변화가 되는 것"이라며 "1920년대와 1930년대에는 지구 냉각이 세상을 멸망시킬 것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할 뿐 아니라, 새로운 문제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난민 지원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유엔은 불법체류자들에게 음식, 숙소, 교통편과 직불카드를 제공했다"며 "유엔은 침략을 막아야 하는 곳이지, 그것을 만들어내거나 자금을 대선 안 된다"고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방국들이 잇달아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를 인정하는 데 대해 "하마스의 만행에 대한 너무 큰 보상이 될 것"이라며 영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등 서방국들을 겨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러시아가 만약 종전 합의를 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미국은 피를 매우 빠르게 멈추게 할, 매우 강력한 관세 조치를 실행할 준비가 완전히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조치가 효과가 있으려면, 유럽 국가들이 동일한 조치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구매함으로써 현재 진행 중인 전쟁의 주요 자금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다"며 "NATO 국가들조차도 러시아산 에너지와 관련 제품을 끊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약 57분간의 연설에서 북핵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북한 비핵화 포기’를 전제로 한 북미대화에 관심을 표명한 데 대해 유엔 총회 연설에서 반응을 보일지 주목됐으나 관련 언급은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