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민간사업자가 북한 술 3500병을 국내에 들여왔다. 비밀리에 들여온 것도 아니고, 통일부의 정식 승인을 거친 ‘물물교환’ 방식이란다. 해당 업자는 정부 승인 없이 북한 서적을 밀반입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런 인물을 앞세워 국민적 합의도, 국제사회와의 협의도 없이 제재를 완화한 것이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내려진 5·24 조치로 남북교역이 전면 중단된 뒤, 북한과 현물거래가 성사된 건 15년 만이다. 문재인 정부 때도 ‘대동강 술과 남측 쌀을 교환하자’라며 유사한 시도가 있었지만, 국제사회의 제재 원칙에 막혀 무산됐다. 통일부는 ‘주류는 제재 품목이 아니고 대가도 현금이 아닌 설탕으로 지급한 만큼 유엔 대북 제재 위반이 아니’라는데, 이 정도 짝사랑이면 눈물겨울 지경이다.
품목은 하찮을지 몰라도 이번 사건은 분명 대한민국의 자체 대북 제재를 허문 것에 더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세계의 대북 제재 공조를 우리 스스로 무너뜨린 중대한 사건이다. 지금까지 이어진 제재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차단하기 위해 지켜온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편법을 앞세워 제재망에 구멍을 낸 것이다.
더 기가 막힌 점은 이중적 태도다. 더불어민주당과 좌파 세력은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계엄을 내란으로 몰아갔다. 심지어 그 계엄이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맞서겠다는 명분이었음에도 쿠데타라 매도했다.
그랬던 이들이 정작 북한 술을 들여와 유통하도록 용인·방조하는 행위는 평화라는 미명으로 합리화한다. 민주당을 포함한 좌파 정당들이 주축이 되어 공동 발의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북·중·러를 적대시 했다’는 이유가 들어가 있었으니, 좌파 정부에서 뻔한 결과였을 수 있다.
좌파 정부의 ‘퍼주기’는 늘 같은 패턴을 반복한다. 김대중·노무현의 대북 지원은 북한 핵 개발로 돌아왔고, 문재인의 위장 평화 쇼는 온갖 미사일 도발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이어졌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북한은 여전히 미사일을 쏴대고, 우리 국민을 위협하며, 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술이 대한민국 민간시장에 유통되는 모습은 국민에 대한 조롱에 가깝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술 몇 병 들어온 것’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안보를 가볍게 여긴다는 신호이고, 국제사회에 ‘한국은 제재 공조를 지킬 의지가 없다’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던지는 일이다. 무엇보다 이렇게 조금씩 제재를 허무는 선택은 머지않아 또 다른 위협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균열은 늘 작은 틈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