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를 보수의 대변지라 한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럼에도 보수적 신념이 허물어지는 게 한 두 번 아니다. 상황에 따라 왔다갔다 한다. 왜 그럴까. 사상적 수준이 저급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사상의 중요성을 모른다. 사상적 수준이 높았던 언론인도 이젠 없다. 이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향하는 보수 언론이라면 양보할 수 없는, 비타협적인 가치까지 쉽게 타협해 버린다. 결정적일 때 타협하니까 보수 진영으로부터 욕을 얻어먹는 게 당연하다.
국가 이데올로기를 비롯해 사상이란, 공동체(가족·사회·국가·인류)의 이해 관계에 대한 자각을 말한다. 개인과 사회 공동체에 이익이냐, 손해냐를 정확하게 꿰뚫어보는 수준이 곧 사상적 수준이다. 사상적 수준은 말과 글, 행동으로 객관화 된다.
16일자 사설 ‘대법원장 겁박은 민주화 운동권의 독재 행태 아닌가’라는 제목은 현 조선일보 편집진의 저급한 사상적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설 본문은 민주당의 대법원장 사퇴 요구를 논리적으로 비판했으니 그런대로 봐줄 만하다.
그럼에도 사설의 발상은 웃음이 나온다. 이 사설의 결론은 ‘과거 80년대 민주화 운동권이었던 민주당이 왜 지금은 삼권분립을 흔들면서 독재적 발상을 하느냐’는 것인데, 사상적 수준이 저열하다보니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정청래·추미애·서영교·최민희·우상호, 국무총리 김민석 등등 민주당 계열에서 조국당 조국까지, 이들이 민주화 운동권인가? 아니면, 김일성주의를 추종한 NL(민족해방)계, 또는 PD(마르크스주의)계인가?
민주화란 ‘인민민주화’가 아니라 ‘자유민주화’를 말한다. NL·PD가 사회주의 친북운동을 했지, 언제 민주화 운동을 했나? 폭력혁명을 기도하고 미 문화원에 불 지르는 게 민주화 운동이라? 반미(反美)운동이 왜 민주화운동인가.
조선일보가 보수언론으로서 사상적 수준이 저급한 결정적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다. NL·PD와 자유민주주의는 타협이 불가능하다. 중간이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사설은 과거 ‘민주화 운동권’ 운운하며 스스로 기어들어가 항복하고 있다. 지금 조선일보 필진에 똘똘한 전향 운동권조차 한 명 없다. 진정한 보수의 대변지가 되려면 먼저 사상적 수준부터 높여야 한다.
- 기자명 자유일보
- 입력 2025.09.16 16:06
- 수정 2025.09.1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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