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규
김완규

중국의 기세가 욱일승천하는 듯 보이고 있다. 미국이 트럼프 2기 정부 들어 적·동맹 가릴 것 없이 강압적 관세와, 미국우선주의에 따른 각종 정책들을 전개하면서 글로벌 지도국으로서의 입지가 약화되고 있는 데 대한 반대급부다.

시진핑은 트럼프의 퇴행적인 대외정책을 기회로 삼아 미국을 대체하는 글로벌 지도국으로서의 부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시진핑은 상하이협력기구(SCO)정상회의, 80주년 전승절 행사, 신흥경제국 협의체인 브릭스(BRICS) 정상 화상회의 등을 통해 중국이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어가는 구심점임을 세계 만방에 선언했다.

시진핑은 8월 31일 텐진에서 열린 SCO 정상회의에서 "질서 있는 다극화 세계와 정의롭고 합리적인 글러벌 거버넌스 구축"을 강조했다. 9월 8일 브라질에서 열린 BRICS정상 화상회의에서는 "일부 국가는 무역전쟁과 관세전쟁을 일으켜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고, 국제무역 규칙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대안으로 다자주의, 개방·상생, 단결·협력 3가지를 제안했다. 이는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중국이 중심이 되어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시진핑은 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중동·아프리카 등 26개국 정상이 참석한 9월 3일 전승절 80주년 행사에서 텐안문 망루 한가운에 푸틴·김정은과 함께 섬으로써 탈냉전 이후 처음으로 북·중·러 3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역사적 장면을 연출했다. 중국 중심으로한 반(反)서방 연대의 결속을 과시한 것이다.

전승절 행사에서 시진핑은 10여 분간 기념연설을 통해 "중국 인민은 역사적으로 올바른 편에 굳건히 서 있으며 각국 인민과 손잡고 인류운명공동체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패권경쟁과 세계적 관세전쟁 속에서 중국이 평화와 국제질서의 수호자라는 메시지를 세계에 던진 것이다.

이어 벌어진 분열식에서는 DF-61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DF-26D 극초음속 무기와 요격미사일 홍치(HQ)-29, 대형 무인잠수정 AJX002, J-35A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등 육해공 모든 부문에서 최첨단 무기를 선보였다. 막강한 군사력을 과시함으로써 중국이 글로벌 지도국이 될 충분한 능력이 있음을 과시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쇼 뒤에는 중국의 심각한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경제 폭락이다. 시진핑 집권 12년 동안 경제 성장률은 한 자리 수에 머물러 있어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경제의 30%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의 몰락, 날로 치솟는 청년실업률, GDP의 300%를 넘는 국가부채, 과잉생산과 수요감소, 수익성 침식 등으로 인한 제조업 붕괴 그리고 미국과의 관세전쟁 등 중국의 올해 하반기 성장률이 4%대로 전망되고 있다. 또 화려한 군사력 과시 이면에는 심각한 군 부패가 있으며 끊임없는 군부 숙청으로 군의 전투태세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시진핑의 공산당 통치에 대한 반대시위도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8월 5일 쓰촨성 장요시에서 경제난과 실업 문제로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시진핑 물러가라", "공산당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는 시위가 발생했다. 전승절을 앞둔 8월 29일 충칭시에서는 "공산당이 없어져야 새 중국이 있다", "공산당 폭정을 전복하라" 등의 표어가 대학가 외벽에 등장했다. 코로나 19 확산시기인 2022년 시작된 ‘시진핑 타도’, ‘공산당 타도’를 부르짖는 반정부 시위는 당국의 통제에도 불구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지나가는 행인들에 대한 차량 돌진, 흉기 난동 등 온갖 ‘묻지마 범죄’가 광둥성·저장성 등 전국 각지에서 성행하고 있다. 시진핑 통치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만이 무차별 난동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주의 체제의 구조적 모순과 적폐가 축적된 중국은 시진핑이 과시하는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속으로 골병이 들고 있는 화이부실(華而不實: 꽃은 화려하나 열매를 맺지 못함)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같은 상황이 예기치 못한 시진핑의 정책 실패 등 작은 실수와 맞물릴 경우 내부에서 체제변혁이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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