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6일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중국인민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쑈전쟁승리 80돌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하여 중화인민공화국을 방문’이라는 제목으로 김정은의 방중 기록영화를 50분 가량 방영했다.
북한으로 귀환한 지 24시간도 안 되는 시점에서 기록영화를 방영한 것이다. 이는 김정은이 국제사회에서 주요 인물로 인정받았음을 북한 주민에게 각인시키려는 일종의 ‘김정은 업적 쌓기’ 일환이라 하겠다.
이번 김정은 방중의 관전 포인트는 관점(vantage point)에 따라 초점을 달리할 수 있다. 하지만 중앙TV 방영 내용에 따르면, 무엇보다 3각 군사 동맹 구성 등 북·중·러 3국 협력 문제라 하겠다.
김정은의 중국 방문은 북한·중국·러시아 최고 권력자가 냉전 종식 이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이게 된다는 점에서, ‘반미 연대’ 형성과 관련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가 주요 관심사였다. 기본적으로, 김정은은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북·중·러 연대를 과시했다는 점에서 소기의 성과는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중앙TV는 "기념대회가 끝난 후 북러 수반들께서는 조로(북러) 친선의 미래를 더 아름답고 훌륭하게 열어나가실 의중을 나누시었다"며 "김정은 동지께서와 푸틴 동지는 의의 깊은 시간들을 통하여 서로의 관심사로 되는 많은 문제들에 대한 건설적인 의견을 교환하고 호상(상호) 이해와 친분을 더욱 두터이 한 데 대하여 만족을 표시하시였다"고 전했다.
북·중 관계와 관련해서도 중앙TV는 중국이 특급의전을 제공한 모습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북·중 간의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부각시키려 했다. 그러나 북·중회담 결과에 대해, 중국측이 김정은의 ‘호혜적 경제협력 심화’ 발언을 공개한 반면 북측은 밝히지 않았다.
또한 한반도 문제에 관해 시진핑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에서 평화와 안정 수호’를 언급한 데 비해, 북측은 ‘자주적 정책 입장 상호 통보’라고만 알리는 등 입장 차이를 보였다. 이는 대만 문제 해결이 초미의 관심사인 중국으로서는, 김정은의 위험한 행동으로 인해 한반도에 위기가 발생할 경우 전선이 확대될 가능성을 경계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국회 보고에서 김정은이 북한군 파병과 동맹 장기화 의지를 드러냈지만, 푸틴은 김정은 초청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북·러 간에 다소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했다. 국정원 판단대로라면, 김정은은 러시아-우크라이나전이 장기화되기를 기대하면서 그 틈새를 이용해 러시아에 대한 채권적 지분을 확대하려 했지만, 푸틴은 이를 거절한 것이라 하겠다.
이런 미묘한 입장 차이가 66년 만에 한 자리에 모인 북·중·러 정상의 3자 회담이 이뤄지지 않은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중국 전승절 행사에서는 이런 소극(笑劇)도 벌어졌다. 열병식에 참석했던 박지원 의원이 지난 5일 방송에 출연해 직접 전한 후일담이다. 박 의원이 김정은을 만나 두 차례 불렀지만 외면당했다고 했다. 그는 "제가 김정은의 뒷좌석이어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함께 가서 ‘김 위원장님, 저 박지원입니다’ 이렇게 두 번 얘기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한 3보, 4보(거리였으니). 제 목소리가 들렸을 것"이라며 "그런데 뒤도 안 돌아보더라"고 했다.
박 의원은 "제가 최선희 북한 외무상을 딱 봤는데 외면을 하더라"며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할 때보다는 훨씬 더 분위기가 나았다. 우 의장이 가서 김정은과 악수하고 한마디 전달한 것, 제가 가서 최 외무상과 북측 인사들, 김정은을 부른 것은 남한에서 진짜 대화를 하고 싶다는 것을 직접 전달한,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야말로 견강부회(牽强附會)의 극치라 아니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