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 사회가 유지되는 근본 조건을 한마디로 압축하라면 ‘모든 개인들의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는 것’이다. 이 기본 조건 위에 민주주의와 법치, 시장을 위한 각종 제도들이 올라선다. 사회 제도들은 인간의 보편적 기본권인 인권을 유지·보호하기 위한 장치라는 성격을 갖고 있다. 인권이 기본 토대가 되고 그 위에 각종 정책들이 수립되는 것이다.
70, 80년대 우리 사회는 인권 운동이 많았다. 지금은 많이 줄었다. 오히려 남녀간 성 차이를 아예 없애 버리자며 천부적 인성까지 부정하는 반(反)인간성 논리를 인권 영역에 들이미는 해괴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인간의 보편적 기본권 개념에 아직도 한참 뒤떨어지는 영역이 있다. 북한 인권에 대한 인식이다. 북한 인권 문제는 오직 한국에서만 정쟁화돼 있다. 유럽·미국은 아프리카 인권이든 북한 인권이든 인권 문제는 오로지 인권 범주에서 판단한다. 인권 문제를 정쟁화하는 정치인은 곧바로 퇴출된다. 인권을 토대로 정치가 성립한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조선일보와 인터뷰하면서 "인권은 보수·진보 누구의 소유물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인권이 좌우 진영 어느 한 쪽의 소유물이 되어선 안 되며, 이념이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되어서도 안 된다"고 했다. 미국·유럽에선 초등학생들도 아는 이야기를 우리는 국가인권위원장이 강조하는 실정이다.
안 위원장의 인터뷰 주제는 북한 인권 이슈가 아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 문제, 야당 추천 국가인권위원을 여당이 막무가내로 반대한 경우를 인권 각도에서 비판한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 인권 문제를 떠올리지 않은 사람이 별로 없을 듯싶다. ‘인권에 좌우 없다’는 주장은 북한 인권 이슈가 떠오르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부터 30년 가까이 지속된 경구(警句)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북한 인권에 아예 귀를 닫아 버렸다. 헌법상 우리 국민인 2400만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외면할 바에야 정부의 대북정책은 도대체 왜 필요한가. 오는 10월 22일~24일 서울에서 20년 만에 북한인권세계대회가 다시 열린다고 한다. 정부는 한시적으로 귀를 닫을 수 있을지 몰라도 ‘인권’에는 시효가 없다. 인류사회의 영원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 기자명 자유일보
- 입력 2025.09.11 15:24
- 수정 2025.09.1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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