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윤석열 전 대통령 맹비난…내부 결속 위한 ‘선전극’

무인기 사건·계엄 사태 왜곡 김정은 영도 찬양에 활용
방공망 무력화 인정 피하며 ‘도발’로 몰아가 여론 조작
국제사회 비판은 외면한 채 반(反)대한민국 선동 지속

/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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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해 10월 발생한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과 12월 3일의 비상계엄 사태를 왜곡해 윤석열 전 대통령을 공격하고 김정은 체제를 선전하는 데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의 지난 11일 보도에 따르면, 북한 국가보위성은 7월 초 평안북도 신의주 지역 보위부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반도 정세 강연회를 진행했다. 해당 강연자료에는 윤 전 대통령을 겨냥한 원색적인 비난이 담겨 있었다.

데일리NK의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자료에는 “그 머저리 대통령 때문에 작년 10월 아차하면 전쟁이 일어날 뻔했다” “윤석열 괴뢰가 일으킨 도발로 인해 공화국 무력 전체가 초비상 대기 상태에 들어갔다”는 표현이 포함됐다. 이른바 ‘작년 10월 도발’은 북한이 주장하는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해 10월 11일 조선중앙통신 성명을 통해 “한국군이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삐라를 살포했다”고 주장했고, 이튿날 노동신문에도 게재했다. 그러나 이번 강연자료에서는 ‘무인기’라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빼고 ‘도발’이라고만 표현했다. 방공망이 무력화됐음을 주민에게 인정하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한 자료에는 “이 사건으로 공화국은 시간당 50만 발의 불벼락을 퍼부을 만단의 전투태세에 들어갔으며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며 무력 대응 준비를 과시했다. 이어 “윤석열 괴뢰 군부가 도발을 일으켰으나 원수님(김정은)이 이를 미리 간파하고 자제하셔서 한국 국민이 무사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내용은 현재 특별검사팀이 수사 중인 12·3 비상계엄 사태와 맞물린다. 특검은 계엄 선포 직전에 군이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투시켜 북한의 도발을 유도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북한은 이를 자신들의 ‘자위력’과 김정은의 ‘영도력’을 부각시키는 선전 소재로 삼고 있는 셈이다.

강연자료에서는 “앞뒤도 분간 못하는 자가 대통령이라고 미국, 일본 양쪽 다리를 붙잡고 있으면서 분탕질을 해왔다” “어리석기 짝이 없는 자가 제가 저지른 불에 스스로 들어갔다”는 식의 윤 전 대통령 비난도 이어졌다.

북한이 이미 새로운 한국 정부가 출범한 상황에서 과거 사건을 꺼내든 것은, 국내 혼란을 과장해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주민 통제를 강화하려는 전형적인 독재정권의 선전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가보위성은 신의주뿐 아니라 다른 지역 보위부 간부들에게도 동일한 강연회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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