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정책 결정에 대한 감사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24일 "정부가 바뀌고 나면 합리적이고 꼭 필요한 행정 집행도 과도한 정책 감사와 수사의 대상이 되는 일이 빈번했다"고 말한 지 13일 만이다.

감사원의 이런 방침에는 그럴만한 배경이 있다.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과도한 책임 추궁에 따른 공직사회의 위축 등 부작용을 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감사 운영의 원칙·시스템을 정책·사업의 성과와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정립하겠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다. 공무원들이 정책 결정에 대한 사후 책임 추궁을 피하기 위해 복지부동으로 일관하는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이런 감사 원칙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정부의 정책 결정 자체는 감사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원칙이 이미 ‘감사사무처리규칙’ 등에 규정돼 있다. 월성 1호기 영구 정지나 4대강 보 해체, 사드 배치 고의 지연 등에 대한 감사는 정책 자체를 감사 대상으로 삼은 것이 아니라, 관련 절차나 집행 과정에 위법·부당한 행위가 있었는지를 따진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미래형 산업인 AI나 방위산업, 해외자원 개발, 혁신금융 등 실패 가능성이 높은 분야는 나중에 피상적인 성패만을 따져서 트집 잡기 감사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해외자원 개발 사업이 대표적이다. 모험 사업의 특성상 100개 프로젝트 가운데 5~6개만 성공해도 충분히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 감사원은 기계적인 성공률 위주로 평가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감사원의 결정으로 반드시 필요한 정치권 비리에 대한 감사도 위축시킬 수 있어 우려된다. 월성 1호기 영구 정지나 4대강 보 해체, 사드 배치 고의 지연, 탈북 어부 강제 북송,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등은 그런 결정의 타당성과 그런 결정에 이르도록 압력을 행사한 외압의 존재를 반드시 따져야 한다. 하지만 감사원의 방침 전환 뒤에도 저런 사안들에 대한 감사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만만한 실무 공무원만 건드리는 감사가 아닌, 잘못된 정책을 강요한 정치권 등 외압의 실체를 밝히는 감사로 발전해야 한다. 대장동 등 이 대통령 관련 사업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중단된 상태에서 이런 감사 방침 변경은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맨다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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