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는 걸 이재명 정부 두 달을 지켜보면서 새삼 깨닫는다. 몇 가지만 적어본다.
1. 검찰특공대를 만들었어야 한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공천 개입 혐의 등으로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윤석열의 거부로 무산됐다. 특검팀은 2025년 8월1일 오전 윤석열이 수감돼 있는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윤석열 체포에 나섰다.’(2025.8.1. 한겨레)
윤석열 정부는, 정말 우둔하게도, 이재명 당시 대표에 대한 수사를 법과 원칙에 맡겼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4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피의자 조사 절차가 이 대표의 불출석으로 인해 무산됐다. 검찰은 이날 "국회 일정이 없는 날짜를 택해 사전에 미리 충분한 기간을 두고 출석을 요청했으나, 끝내 2회 연속 불출석한 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2023.9.4. 이투데이)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대장동과 백현동, 대북송금과 관련된 이 대통령의 재판은 현재 1심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중단됐다. 대통령 임기 동안만 재판을 연기하는 것이라지만, 퇴임 후 재판이 속개될 것 같지도 않거니와, 취임 후 두달 동안 급속히 망가져 가는 대한민국을 생각하면 속이 타들어간다.
윤 정부와 국민의힘은 왜 그리도 무능했을까. 국회의원 숫자가 턱없이 부족해 특검에 의한 수사가 불가능했다지만, 검찰 특공대를 결성한다든지 하는 식의 강력한 수단을 동원했다면, 지금 대통령은, 최소한 이재명은 아니었다.
2. 법원을 겁박했어야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춘석 국회 법사위원장은 24일 "법사위원장으로서 경고한다. 사법부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특별재판부 도입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내란·김건희·해병 특검 등 3대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연이어 기각하자, 특별재판부 설치로 법원을 압박한 것이다.’(2025.7.24. 조선일보)
뭘 잘 모르는 분들은 판사가 자부심으로 뭉친 집단이라 착각하던데, 사실 그들도 무뢰배 앞에서 찍소리 못하는 소시민이다. 삼권분립은 안중에도 없는 이춘석의 발언에 사법부 판사 그 누구도 저항하지 못하는 작금의 현실을 보라!
그러니, 이재명 당시 대표에 대한 재판이 엿가락처럼 늘어졌을 때,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은 "왜 재판을 빨리 하지 않느냐?" "밤을 새워서라도 기한 내 재판을 마무리하라"고 다그쳤어야 한다. 그랬다면, 기소 후 6개월 내 끝내야 하는 공직선거법 1심 재판이 2년 2개월이나 걸리는 한심한 일은 없었을 것이고, 지금 대통령은, 최소한 이재명은 아니었다.
3. 전 영부인을 수사했어야 했다
‘25일 오전 9시경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자택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 소속 수사관들이 찾아왔다. 수사관들은 김 여사 자택 현관 신발장을 열어 여러 명품 브랜드 중 샤넬 신발 12켤레의 사진을 일일이 찍어갔다고 한다. 이 샤넬 신발들은 치수가 260㎜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2025.7.26. 동아일보)
양산에 사는 김정숙 씨가 청와대에 있을 때 특활비로 옷을 샀다는 의혹이 있었다. 자유일보는 김씨가 옷값으로 지불한 관봉권 사진까지 확보했다! 그렇다면 윤 정부 검찰은 옷을 판 장인들을 소환해 진술을 확보하고, 김씨가 사는 양산에 찾아가 그 옷들을 찾아야 했다.
만일 논란이 된 샤넬 재킷이 자택에서 발견됐다면 다음과 같은 보도자료를 내는 거다. "수사관들은 여러 명품 브랜드 중 샤넬 재킷의 사진을 찍어갔는데, 이 샤넬 재킷의 사이즈는 3XL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윤 정부 검찰은 기이하게도 문재인 부부에 대한 수사는 거의 하지 않았고, 김정숙은 옷 의혹은 물론이고 인도 타지마할 의혹에 관해서도 제대로 된 조사를 받지 않았다. 문재인은 윤통이 탄핵된 뒤인 5월에, 그것도 타이이스타젯 하나만 기소됐는데, 이 사건의 핵심공범인 문다혜는 기소유예됐다.
윤 정부와 검찰이 제 역할만 했다면, 문재인이 민주당의 임시전당대회에서 다음과 같은 축사를 할 여유는 없었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민주정부 성과 계승하고 역사 전진시킬 것으로 확신한다." 끝으로 장지연님의 시일야방성대곡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 "오호통재라! 동포여, 동포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