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에게 충격을 안긴 인천 송도의 사제 총기 살인사건이 경찰의 현장 대응 부실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1시간 이상 지나서야 현장에 진입하는 바람에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다.

자기 아들을 총기로 잔인하게 살해한 범인은 사건을 저지르고 112 신고가 접수된 지 10분 만에 현장을 떠났다. 그러나 경찰은 신고 접수 후 1시간 10분 만에 내부로 진입했다. 총기를 가진 A씨가 집안에 있다고 판단하고 경찰특공대가 올 때까지 기다린 것이다. CCTV만 확인했더라도 범인이 현장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경찰이 CCTV를 통해 이 사실을 확인한 것은 신고 접수 후 1시간 47분이 지나서였다. 이렇게 자신들의 할 일을 방기한 경찰은 범인의 며느리 등 가족들에게 "시아버지를 설득해 총 맞은 아들을 밖으로 내보내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위험천만한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긴급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현장 지휘관조차 분명치 않았다. 현장에는 지휘를 맡길 수 있는 경감급 경찰관 3명이 출동했지만 현장을 통솔할 지휘관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계급 높은 경정급 상황관리관은 경찰특공대가 진입을 시작한 뒤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상황관리관이 부재한 경우 경감 3명 가운데 선임이 그 역할을 해야 하지만 그마저도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현장 초동 조치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지 면밀하게 확인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 조치로 경찰 조직 내부에 깊게 뿌리내린 기강 해이가 해결될지는 의문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수많은 문제들이 중첩된 상태라 어느 것이 올바른 조직 운영 원리인지조차 불분명해졌기 때문이다.

현장 수사 인력보다 내근 인력들이 승진에서 유리한 구조부터가 문제다. 시험 성적 위주의 승진으로 현장에서 고생하는 수사관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 간질간질한 감성에 호소하는 유튜브를 촬영하거나 일부 대민 봉사 사례만 조명될 뿐, 음지에서 범죄자들과 싸우며 고생하는 치안의 주역들이 소외되는 고질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경찰대 출신들을 중심으로 정치 편향이 심화되는 현상도 문제다. 13만 명이 넘는 경찰 조직이 소수 엘리트 그룹에 의해 지배당할 때의 폐해는 과거 육사 출신 정치군인들보다 더 심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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