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정 검찰총장이 2일 퇴임하면서 또다시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을 비판하는 내용의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법치주의를 훼손한다고 여기는 그의 새 정부 정책에 대한 강한 반발심의 표출이라는 분석이다.
심 총장은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검찰 본연의 역할은 변해선 안 된다"며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필수적이고 정상적인 역할까지 폐지하는 것은 국민과 국가를 위해 옳은 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형사사법 시스템은 국가의 미래를 내다보며 신중히 또 신중히 결정해야 할 국가의 백년대계"라면서 "형사사법 시스템이 충분한 연구와 시뮬레이션 없이 변화됐을 때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지 이미 보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이뤄진 이른바 ‘검수완박’의 후유증을 꼬집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심 총장은 "형사소송법 등 개정 이후 형사사건 처리 기간은 2배로 늘어났고, 국민의 삶에 직결된 범죄에 대한 대응력은 약화됐다"며 "검찰의 공과나 역할에 대해 비판이 있을 수 있으나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것을 넘어서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필수적이고 정상적인 역할까지 폐지하는 것은 국민과 국가를 위해 옳은 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퇴임식에 앞서 출근길에서도 기자들에게 "범죄를 처벌하고 국민을 범죄로부터 지키는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은 국민의 기본권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각계각층 의견을 충분히 듣고 깊이 있고 신중한 논의를 거쳐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총장은 전날 대통령실에 사의를 밝힌 뒤 내놓은 입장문에서도 "시한과 결론을 정해놓고 추진될 경우 예상하지 못한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새 정부에서 추진 중인 검찰개혁의 속도와 급진적인 내용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심 총장은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모든 탄핵 사유는 근거 없는 허위사실"이라며 "대선 관련 선거범죄 및 전국의 민생범죄에 대한 수사와 공소유지를 책임지는 검찰총장을 탄핵해 공정한 선거와 법치주의를 훼손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온건하고 신중한 스타일의 심 총장이 이처럼 연이어 강성 발언을 내놓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새 정부 검찰개혁의 문제점이 심각하며, 자칫 보이스피싱, 전세사기, 성폭력범죄, 마약 등 민생범죄와 불공정거래, 주가조작 등 경제범죄를 만연케 할 수도 있다는 그의 우려감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심 총장은 퇴임식에서 검찰 구성원들을 향한 당부의 말도 남겼다. 그는 "모두가 새로운 마음으로 흔들림 없이 역할을 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혼란스러운 시기, 법치를 수호하고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켜내며 국민의 인권, 기본권을 수호하기 위해 노력해온 수많은 검찰 구성원의 헌신과 노력을 존경하고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16일 윤석열 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그는 임기 9개월여 만에 검찰을 떠났다. 검찰권 분산을 공약으로 내건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고 지휘부가 확정되면서 더이상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법연수원 26기로,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한 그는 연수원 동기 중 선두주자로 검찰 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