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 출범 보름만에 30조5000억 추경안 의결

국민 1인당 15만~50만 원 소비쿠폰·지역화폐도 8조 원 추가 발행
적자국채 20조 추가 발행 불가피...나라살림 적자 110조 원 넘어서
두 차례 추경으로 나랏빚 1300조 돌파·GDP 대비 채무비율 49.0%

"현금성 돌푸기는 잠깐 숨통...서민 부담만 더 키울 수도"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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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출범한 지 보름 만에 30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짰다. 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 부족분 10조3000억원을 포함한 것이어서 순수한 세출 확대는 20조2000억원이다. 앞서 1차까지 합하면 올해 총 세출 추경 규모는 34조원에 이른다.

전국민 민생지원금 지급을 핵심으로 하는 이번 추경을 위해 적자국채를 20조원 가까이 발행하면서 나라살림 적자 규모는 110조원을 넘기게 됐다. 정부는 가라앉은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단기 샷’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하지만, 적자 추경으로 국채 금리가 오르면 시중금리 상승을 부추겨 서민들 이자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19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추경안을 의결하고, 오는 23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경기진작’과 ‘민생안정’을 내건 이번 추경은 급격히 하강하는 경기 띄우기에 방점이 찍혔다. 한국 경제 성장률은 1분기 마이너스 0.2%로 곤두박질치는 등 최근 4개 분기 연속 0% 내외 성장하며 경기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경기 악화로 인해 발생한 세수 부족을 채워넣기 위한 세입 경정도 이번 추경에 반영됐다. 정부가 공개한 추경안 30조5000억원 중 10조3000억원 규모다. 윤석열 정부에서 2년 연속 총 87조원 역대급 세수 펑크가 발생한 데 이어 올해도 10조3000억원 규모의 세수 펑크가 예측된다.

정부는 전년도 경기 불황으로 올해 들어올 법인세 수입이 예상보다 4조7000억원 감소하고, 민간소비 부진 등의 여파로 부가세 수입도 4조3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류세 탄력세율 인하 조치 연장으로 교통세도 2조3000억원 줄지만, 상속세는 9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관측된다.

연간 세입 경정 규모가 10조원 이상을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이 있던 2009년 4월(11조4000억원), 2020년 7월(11조4000억원) 이후 역대 3번째다. 이번 추경이 반영되면 올해 예산의 총수입은 당초 652조8000억원에서 642조4000억원으로 10조4000억원 줄어들고, 총지출은 687억1000억원에서 702조원으로 14조9000억원 늘어난다.

추경 재원은 지출 구조조정 5조3000억원, 기금 가용재원 2조5000억원, 외국환평형기금채권 조정 3조원 등으로 구성하고 나머지 19조8000억원(65%)은 적자국채로 조달할 예정이다. 지출 구조조정의 세부 내역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추경으로 국채 발행이 늘면서 올해 국가채무는 당초 1280조8000억원에서 1300조6000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8.4%에서 49.0%로 0.6%포인트 올라간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23년 46.9%에서 지난해 46.1%로 개선됐으나, 올해 49%를 넘기면서 다시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점쳐진다.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86조4000억원에서 24조원 늘어나 110조4000억원에 달한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수지를 제외한 지표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흐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해도 빠짐없이 이어졌고, 2020년 팬데믹 이후로는 적자폭이 매년 100조원 안팎으로 확대됐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3.3%에서 4.2%로 0.9%포인트 증가한다. ‘재정준칙 상한선’인 3%를 넘는 것이다. 19조8000억원의 적자국채 발행으로 채권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임기근 기재부 2차관은 "국채 시장에서의 수요 기반은 견조하다고 보고 있다"며 "이미 연초부터 20조~30조원 규모의 추경이 예고된 만큼 (이같은 우려는) 시장에 선반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대에서는 빚을 내서라도 재정지출을 늘려 경제 살리기에 올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기 상황이 빠른 속도로 악화해 추경 편성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추경의 용처가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 확장이 경제 성장을 견인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이전지출의 재정승수는 투자의 재정 승수보다 매우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행과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정부 소비·투자의 재정 승수는 0.68, 이전지출의 재정승수는 0.22로 추정된다. 정부가 댐을 짓는데 1000억원을 지출하면 GDP를 680억원 끌어올리는 효과가 나지만, 지원금 등 현금을 지급하면 220억원의 효과만 얻는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민간의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선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지만, 낡은 시장규제 등 구조 결함은 그대로 두고 모든 경제문제를 재정으로 풀려고 해선 비효율적 집행만 양산할 수 있다"고 짚었다.

단기 샷으로 인위적으로 소비를 부양시키는 것이 경기 진작의 근본 해법이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국민 민생지원금 지급 같은 현금성 돈풀기는 잠깐 숨통을 틔워주기는 하겠지만, 그 효과가 길게 가지 못할 것"이라며 "적자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으로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이와 연동하는 시중금리도 오르면 중장기적으로 경기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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