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소비를 통해 경기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올해안에 총 13조2000억원어치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한다. 전 국민 5117만명에게 지급하되 소득에 따라 액수에 차등을 두는 보편·선별 혼합 방식을 채택, 일반적인 4인 가족 기준으로 총 100만원이 지급된다. 지역 영세자영업자를 위한 지역사랑상품권도 지원 예산을 보강해 역대 최대 규모인 29조원어치를 발행한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을 사면 구입비용의 10%를 정부가 되돌려준다. 정부는 19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소비 진작책을 담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의결했다.
총 13조2000억원의 소비 여력을 보강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국민 1인당 15만∼52만원어치가 지급된다. 부족한 재정 여력과 여당의 보편 지원 요구를 고려해 보편과 선별을 합친 방식이다. 쿠폰은 빠른 소비 진작을 위해 두 차례로 나눠 지급된다. 1차로 일반 국민 4808만명에게 15만원이 지급된다. 차상위계층 18만명에게는 30만원, 기초수급자 271만명에게는 40만원이 지급된다. 2차로는 건강보험료 등을 기준으로 하위 90%에게 1인당 10만원이 지급된다. 1·2차를 합하면 1인당 지급 쿠폰 액수는 ▲소득 상위 10%(512만명) 15만원 ▲일반 국민(4296만명) 25만원 ▲ 차상위 계층(38만명) 40만원 ▲기초수급자(271만명) 50만원이다. 여기에 84개 농어촌 인구소멸지역민에게는 1차 지급 때 1인당 2만원이 추가 지급되는 점을 고려하면 1인당 최대 지급액은 52만원이 된다. 일반적인 4인 가족을 기준으로 보면 총 100만원이 지급된다.
지급 수단은 지역사랑상품권, 선불카드, 신용·체크카드 등으로 현금 지급은 하지 않는다. 대부분 사용처에서 쓸 수 있지만, 사행업종이나 유흥업종 사용은 제한된다. 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은 "소득 수준에 따른 맞춤형 지원과 단계적 지급을 통한 신속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이라며 "현금으로 지급하면 신속한 소비와 소득 증대 등 선순환이 되지 않고 잠기는 수가 있어 2021년 지원부터 상품권이나 카드 등으로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구체적인 세부 지급 기준 등을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최대한 빨리 결정하기로 했다. 유병서 기재부 예산실장은 "건보료는 직장가입자는 주로 소득을 보고 지역가입자는 재산 상황까지 같이 감안하기 때문에 2020년(재난지원금 지급)에도 공시지가로 15억원, 시세로 20억원 이상 재산 보유자는 제한했다"며 "그런 부분을 (상위 10% 기준에) 일부 가미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지급한 재난지원금은 기초수급자에게 현금을 줬기에 몇 주 안에 전달이 완료됐지만, 이번에는 지급처 구축 등을 위해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기존 사례처럼 쿠폰 사용 기한을 4개월로 정한다면, 늦어도 8월 안에는 1·2차 지급이 완료돼야 한다. 한순기 행정안전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지급 시점과 사용처, 구체적인 집행계획을 관계부처와 기관이 참여한 태스크포스(TF)에서 조속히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소비 인센티브에도 1조원을 더 투자해 경기 부양에 나선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에 국비 지원 6000억원 더 투입해 역대 연간 최대 규모인 29조원어치 발행을 지원한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 내에서만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상품권이다. 소비자가 상품권을 액면가보다 싸게 사들인 뒤 사용하면서 지역 내 경기 활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정부는 국비지원율도 차등 상향해 할인율을 5∼10%에서 7∼15%로 높일 계획이다. 그만큼 소비자가 싸게 지역화폐를 산 뒤 액면가로 지역에서 소비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정부는 내수 경제 활성화와 전력 소비 저감 유도를 위해 3261억원을 투입해 고효율 가전기기 구매 지원에도 나선다. 에너지 효율 등급제가 적용되는 냉장고·에어컨·TV·식기세척기·의류건조기 등 11개 품목의 에너지 소비 효율이 높은 가전을 사면 선착순 240만명에게 구입가의 10%(최대 30만원)를 돌려준다.
정부는 서비스 분야 소비 진작을 위한 할인쿠폰 780만장도 뿌린다. 숙박 50만장(1박당 2만∼3만원 할인), 영화관람 450만장(6000원 할인), 스포츠시설 70만장(기초연금수급 5만원 할인), 미술전시 160만장(3000원 할인), 공연예술 50만장(1만원 할인) 등이다. 여기에 투입되는 추경 예산은 778억원이다. 임기근 2차관은 고효율 가전기기 구매 지원과 할인쿠폰에 대해 "(예산에 한도가 있어) 선착순 개념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중소기업 근로자 대상 휴가비 지원 인원을 기존 6만5000명에서 15만명으로 늘려 국내 관광 활성화에도 나선다. 기업이 10만원, 근로자가 20만원을 내면 정부가 여기에 10만원을 추가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또 장기연체채권 매입·소각,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 확대, 성실상환자 회복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된 ‘특별 채무조정 패키지’도 발표했다. 장기간 빚의 늪에 빠진 채무자들의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원금 탕감 프로그램을 신설한 것이 핵심으로 꼽힌다. 정부가 재정 4000억원을 투입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산하에 채무조정기구(배드뱅크)를 설치하고,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의 개인 무담보채권을 일괄 매입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113만4000명의 장기 연체채권 16조4000억원이 소각 또는 채무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상환능력을 상실한 경우(중위소득 60% 이하, 회생·파산 인정 재산 외 처분가능재산 無)에는 해당 채권이 완전히 소각된다. 상환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다면 원금 최대 80% 감면하고 잔여 채무를 10년에 설쳐 분할 상환하도록 할 계획이다. 소요 재원은 8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장기 연체채권 규모인 16조4억원에 평균 매입가율 5%를 적용해 추산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