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이후 피아노 독학...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올라

피아니스트 조성진(오른쪽)과 알프레트 브렌델. /조성진 인스타그램 캡처

오스트리아의 거장 피아니스트 알프레트 브렌델의 별세 소식에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추모 메시지를 전했다.

조성진은 1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브렌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편히 쉬세요, 마에스트로 알프레트 브렌델. 당신은 오늘날 피아니스트로서 저의 많은 부분을 만들어주셨다. 당신의 음악과 영감에 감사드린다"고 썼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브렌델은 이날 영국 런던 자택에서 9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1931년 체코슬로바키아 비즘베르크(현 체코 로우치나나트데스노우)에서 태어난 브렌델은 유고슬라비아 자그레브(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와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0대 때 몇 년 간 음악원에 다니긴 했지만 16세 이후로는 거의 독학으로 실력을 쌓았다.

17세 때 그라츠에서 바흐, 브람스, 리스트의 푸가 작품들로 독주회를 열어 피아니스트로 데뷔했고 1949년 페루초 부조니 피아노 콩쿠르에서 4위로 입상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한때 현란한 기교를 선봬며 리스트 전문가로 유명했으나 슈베르트, 베토벤, 모차르트, 하이든 등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1960년대 미국의 레코드 레이블 복스(Vox)에서 베토벤의 피아노 독주곡 전곡을 세계 최초로 녹음하는 등 특히 베토벤의 피아노 작품들을 여럿 남겼다.

1970년대부터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피아니스트들의 반열에 오른 브렌델은 2008년 12월에 빈 필하모닉과 한 고별 공연을 끝으로 무대에서 은퇴한 뒤 강연, 독서, 세미나, 집필 등으로 말년을 보냈다. 생전에 베를린 필하모닉의 한스 폰뷜로 메달,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음악상, 에른스트 폰 지멘스 상 등을 수상했고 케임브리지, 옥스퍼드, 예일대, 줄리어드 등 수십개 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브렌델은 은퇴 후인 2012년 베르비에 페스티벌 인터뷰에서 "(나는) 음악이나 예술이나 지성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집안 배경에서 성장했다"라며 "많은 것을 혼자서 찾아내야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내가 20대 초 젊은이였을 때는 ‘5년 내에 뭔가를 달성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고, 다만 ‘50살이 됐을 때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50살이 됐을 때,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대부분 해냈다’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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