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중동 지역의 분쟁이 확산되면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세계 원유 소비량의 20%가 통과하는 에너지 대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이라크 등 산유국들의 원유 수출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국내 정유업계는 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원유 가격이 급등해 단기적으로는 1조원 안팎의 반사이익을 얻겠지만,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유가상승에 따른 비용증가와 수요감소로 심각한 어려움에 봉착할 전망이다. 특히 국내 원유수입량의 70% 정도를 중동에서 수입하는 만큼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에 큰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6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지난 13일부터 이란의 주요 군사시설을 타격한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3일 두바이유는 배럴당 72.49달러로 전날 대비 5.7% 상승했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같은 날 72.98달러로 전날 대비 7.3%, 브렌트유도 74.23달러로 같은 기간 7%가량 올랐다.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가스 시설 공습이 유가 상승을 부추긴다. 반격에 나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검토 중인 것도 유가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투자은행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거나 무력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면 심각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고, 골드만삭스는 이 경우 유가가 100달러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에쓰오일(S-OIL), HD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업계는 단기적으로는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이익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11~13일 유가가 배럴당 7.8달러 정도 급등했는데 이에 따른 국내 정유 4사의 2~3분기 이익 개선 효과는 약 9700억 원"이라고 분석했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비축 원유 재고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기존에 사둔 원유를 정제한 석유제품도 비싸게 팔 수 있는 긍정적 효과도 발생한다.
하지만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드는 한편 원가 부담은 높아져 오히려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5% 오르면 원유 도입 비용도 5% 오른다"며 "단기간에 유가가 급등락하면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정유업계는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공급의 최소 7~10%에 해당하는 원유 수출이 제한되면서 WTI 가격이 배럴당 85달러를 상회할 수 있다"면서도 "(이스라엘의)압도적인 힘의 우위로 확전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을 신경 쓰는 미국은 유가의 급격한 상승이 반갑지 않기 때문에 확전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오전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이스라엘과 이란이 협상을 해야 하며 이를 통해 (휴전) 합의에 이를 것"이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재를 위해 "현재 많은 통화와 만남이 진행되고 있다"며 "곧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해결에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현재 진행 중인 분쟁에 우리가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