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14일 자신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첫 공판에 출석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를 들은 뒤 "몇 시간 사건을 거의 공소장에 박아넣은 듯한 걸 내란으로 구성했다"며 "법리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 윤갑근 변호사는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 발언을 듣고 "공소사실 전체를 부인한다"며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 대한 설명은 피고인이 직접 할 것이라며 발언권을 윤 전 대통령에게 넘겼다.
윤 전 대통령은 과거 12·12와 5·18 내란 사건의 공소장과 판결문을 분석했던 경험을 언급하면서, 이번 사안은 비폭력적으로 국회의 해제 요구를 수용한 것에 불과해 내란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재판 중에는 검찰의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모니터에 띄우고, 검찰의 주장을 하나하나 짚으며 반박을 이어갔다.
윤 전 대통령은 먼저 검찰의 ‘계엄 사전 모의’ 주장에 대해 "사전 모의라고 해서 2024년 봄부터 그림을 그렸다는 것 자체가 좀 코미디 같은 이야기"라며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 개념이지, 단기간이든 장기간이든 군정을 실시하고자 하는 계엄 실시가 아니었다는 것은 경과를 보면 너무나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의 쿠데타나 군정 실시하는 데에 계엄령부터 선포한 적이 없다"며 "먼저 군대를 동원해서 선제적으로 상황을 장악하고 나서 계엄을 선포하는 것"이라며 질서유지 목적으로 군을 투입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또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과정에서도 일방적으로 수사기관 진술이 헌재 심판정에서 많이 탄핵당하고 실체가 밝혀졌다"며 "그런 것이 반영되지 않고 초기 내란몰이 과정에서 진술한 게 검증 없이 많이 반영됐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점거 등에 관여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부정선거 의혹 관련 수사 지시 여부에 대해서도 "이런 상황에서 수사한다는 거 자체가 불가능하고 정보사가 들어갔다는 것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또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 후임으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임명한 것에 대해 계엄 준비 과정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안보실 강화 차원에서 이전 관행에 따라 신 전 장관을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했고, 정부 초기 국방장관으로 임명하려 했던 김 전 장관을 국방장관으로 임명했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정치인 체포 명단에 대해서도 "누구를 체포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위치파악이 가능하냐고 물어보면서 명단을 줬다"며 구체적 지시 사실을 부인했다.
양복 차림에 붉은 넥타이를 매고 법정에 들어선 윤 전 대통령은 이날 82분간 직접 마이크를 잡고 준비된 대본 없이 즉석에서 검찰 측 주장을 반박해 나갔다. 오전 재판을 마친 그는 정오쯤 자택으로 복귀해 점심식사를 한 다음 오후 재판에 다시 출석해 오전에 마무리하지 못한 모두 발언을 진행했다.
이날은 첫 정식 재판이어서 양측이 각자 공소사실에 관한 기본 입장을 밝히는 모두진술이 이뤄졌다. 따라서 통상 검찰의 피고인 신문과 이에 대한 피고인 답변, 변호인 변론 및 반대신문을 통해 직접 양측이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며 공방을 벌이는 모습은 연출되지 않았다.
한편 윤 전 대통령 측은 다시 준비기일을 열어 쟁점을 정리해야 하고 검찰의 공소장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위현석 변호사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에 의한 불법 구속이 있었고, 검찰 기소 역시 위법하게 이뤄졌으므로 준비기일을 다시 지정해 쟁점 정리를 마쳐야 한다"며 "검찰의 공소장은 구체적인 지시와 행위가 특정되지 않아, 무엇을 다퉈야 할지 어려울 만큼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가져오는 위법성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