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대 중국인 고교생들이 한국 공군 전투기를 몰래 촬영하다 적발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 행위가 중국 정부와의 연관성이 입증되더라도 간첩죄 기소는 여전히 어려울 전망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과는 10대 후반 중국인 2명을 군사기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 이들은 관광비자로 입국해 미군 기지와 주요 국제공항 인근에서 정밀 촬영이 가능한 DSLR 카메라로 수천 장의 사진을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이 중 한 명은 부친이 중국 공안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들이 중국 정부의 지시를 받고 군사상 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촬영한 사실이 입증된다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간첩죄를 규정한 형법 98조 1항은 "적국을 위해 간첩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적국’이란 북한에 한정된다. 이 때문에 중국·러시아 등을 위해 간첩 활동을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게 돼 있다.

우리 수사당국이 이들 중국인 2명에게 군사기지법을 적용한 것도 이 같은 법률상 허점 때문이다. 군사기지법에 따라 군사기지·군사시설을 무단 촬영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그친다. 간첩죄 형벌에 비하면 지나치게 약한 편이다.

중국당국은 이같은 한국의 법률 공백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혐의가 짙다. 지난해 11월 중국인이 국가정보원 건물을 드론으로 촬영하다 검거됐고, 올 1월에는 제주국제공항을 똑같이 드론으로 촬영했다. 이들도 북한과의 관련성이 객관적으로 입증돼야만 간첩죄 적용이 가능하다.

중국공산당이 미국·한국·일본 등 자유 국가들을 상대로 군사 분야뿐 아니라 전 분야에 걸쳐 이른바 ‘초한전’(超限戰)을 펼쳐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오래 전부터 중국인 간첩행위에 대한 법적 정비를 서둘렀어야 했다. 하지만 이 문제 역시 북한인권법과 마찬가지로 여야간 정쟁의 대상처럼 되어 있다. 간첩죄 조항에서 ‘적국’을 ‘외국’으로 개정하는 안건이 지난해 11월 국회 법사위 제1소위원회에서 의결된 이후 아직도 진척이 없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탄핵심판 과정에서 이 개정안을 민주당이 반대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중국·러시아 등을 포함하는 간첩죄 개정은 한시가 급하다. 국회는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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