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유튜브 채널로 대선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먹사니즘’에 이은 ‘잘사니즘’을 하나의 목표로 제시하며 ‘K-이니셔티브’를 내놨다. 여기에 포함된 ‘에너지 고속도로’가 며칠도 안 돼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이재명 전 대표가 꾸준히 주장해 왔다. 실제는 ‘신재생 에너지 고속도로’를 전국적으로 구축해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는다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에너지 전문가들이 하나둘 비판에 나서고 있다.
지난 11일 권효재 코르에너지 인사이트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전력 공학과 전력 경제 측면에서 얼마나 타당성이 검토되었는가"라고 지적했다.
권효재 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에너지 고속도로는) 서해안 HVDC를 시작으로 전력망을 대폭 업그레이드하고, 누구나 재생에너지를 생산해 판매하고, 재생에너지 우선 접속을 보장하며,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 지역 산업단지를 대거 개발하자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권 대표는 "민주연구원 브리핑 자료에 투자금액이나 전기요금 영향, 정책 기대효과가 정량적으로 분석된 내용이 없다"며 "실질적 효과가 정량적으로 계산되었다면 이를 제시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텐데,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타당성 검토 여부에 의문을 제기했다.
권 대표는 "박정희 시대의 경부고속도로라는 개념을 빌려 미래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의 ‘에너지 고속도로’ 개념을 주창하는 것은 대중적 접근을 쉽게 하는 점에서는 좋지만 전력 시스템의 복잡성과 구조적 이슈를 고속도로라는 개념으로 풀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한 뒤 "지능형 전력망의 핵심 요소들은 잘 알려져 있고, 여러 해 검토되었으나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는데 문제의 핵심은 돈"이라고 지적했다. 가용 재원, 자금 조달 방안, 자금 회수 기간과 조건, 기술적·제도적 실행 가능성 등부터 숙고하는 게 순서라는 권 대표의 지적이었다.
이어 권 대표는 "유럽도 20년 동안 추진했고, 일본도 15년 이상 단계적 추진 중"이라며 "돈 문제도 구조개편도 다루지 않는 거대 계획이 선거철에 등장했다 이내 사라지는 일들이 여러 차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전 전력연구원 원장과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을 지낸 박상덕 박사도 이재명 전 대표의 ‘에너지 고속도로’를 비판했다. 박상덕 박사는 한 언론 기고문에서 "에너지 안보의 핵심은 연속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는데 본질이 있다"며 "재생에너지는 간헐성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안보에 기여할 수 있는가? 깜빡이는 전력으로 요즘 화두에 오른 인공지능용 데이터 센터를 운영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은커녕 인터넷 접근도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박 박사는 이어 "안전성, 환경성, 경제성, 에너지 안보 등에 대해 검토해 보았다"며 "이재명 대표의 주장은 실제 상황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논리적 기승전결도 없이 아무데서나 시작해 아무데서나 결론을 내고 있다. 못사니즘으로 가는 첩경만 제시하고 있다. 언제 제대로 공부해 에너지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갖게 될까?"라고 비판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페이스북에 권효재 대표의 글을 공유한 뒤 "탈원전과 2050 탄소중립 정책에서도 그러더니 에너지 고속도로 정책에서도 비용, 가격 개념이 빠져 있다"며 "조선 유생과 한국 진보·좌파·운동권과 아프칸 탈레반의 유전적 결함인가"라고 비꼬았다. 이어 김 소장은 "(정책에) 비용·가격 개념이 장착되지 않으면, 수돗물 놔두고 생수로 빨래하는 계획을 멋지고 담대한 국가 비전이라고 내놓게 된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