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예수를 따라 십자가의 길을 걸어보자.
관객 참여형 수난 즉흥극 ‘비아 크루치스(Via Crucis)’ 공연이 오는 26일 가평 디마떼오 극장에서 마련된다.
공연은 ‘예수님의 죽으심과 구원 인식’을 목표로 배우 겸 코미디언, 연극학 박사인 디마떼오 이원승 대표가 직접 쓰고 연출을 맡았다. 이 대표는 신앙과 예술의 경계를 넘는 사역을 고민하며, ‘비아 크루치스’를 기획했다. 이는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복음의 실제 사건인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연극이다.
무엇보다 성경(복음서)의 감동적인 장면을 특정된 스토리와 인물로 즉흥극하고 의미 해석하는 성경 연극놀이 학습인 ‘로고스 플레이’를 통해 기독교인들이 감동의 차원을 넘어 성경 본문을 깊이 있게 인식하여 복음의 본질이 새롭게 선포되길 소망하고 있다.
공연은 2023년 4월 초연 이후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매년 부활절을 즈음해 공연이 진행되며, 공연장이 있는 가평군 기독교연합회 소속 목회자들과 전국 교회 성도들이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비아 크루치스는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단지 관람하는 공연이 아니다. 관객은 무대에 올라 배우들과 함께 복음의 이야기에 참여한다. 예수님이 겪으신 고통의 순간들을 직접 체험하며, 십자가의 의미를 마음 깊이 새기는 여정이다. 본디오 빌라도의 재판, 채찍과 조롱, 바라바와의 만남, 십자가를 지는 순간까지 이 모든 장면은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을 향한 메시지로 다가온다.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바라바 대신 내가 살아난 것이 맞다면, 그 구원의 의미는 얼마나 큰 것인가."
이 대표는 "십자가의 길을 즉흥극으로 할 수 있다면 성경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내고 더 깊이 인식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공연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즉흥극은 그냥 아무렇게나 하는 즉흥 연기가 아니다. 특정된 이야기와 준비된 배역에 관객이 함께 동화되어 즉흥적인 연기를 펼치는 것이다. 그래서 공연을 희망하는 관객이 유대 의상을 입고 로마 병사, 제사장, 무리가 되어 직접 참여하며 십자가의 수난에 동참한다.
공연은 본디오 빌라도가 대제사장과 서기관 무리,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인 재판정에서 예수에게 십자가 사형을 선고하며 시작된다. 예수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야유와 조롱 속에서 로마 병사들의 잔혹한 고문을 받는다. 이후 면류관을 쓰고 십자가를 짊어진 예수가 골고다 언덕을 올라간다. 기력이 다한 예수가 쓰러지고 구레네 사람 시몬이 십자가를 대신 진다. 골고다 언덕에 도착한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다. 그 후 제자 도마가 나타나 예수의 부활을 증언한다.
참가자들은 공연을 통해 말씀을 몸으로 체험하고, 서로 교제하며, 자신의 믿음을 연기로 표현할 수 있다. 특히 지난 공연에서 믿음이 깊지 않은 청년들이 연극에 참여하며 복음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사례도 있었다. 한 참가자는 "설교보다 더 선명하게 복음을 느꼈다"고 간증하기도 했다.
공연을 위해 이 대표는 가평의 4000평 부지를 매입해 극장과 골고다 언덕길을 비롯한 광대한 무대를 조성했다. 극장을 마련하는 과정 또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가득했다. 이 대표는 당초 부채 없는 사업이 꿈이었지만 하나님을 위한 꿈을 위해 대출을 감행했다. 한 달 이자만 1000만원이 훌쩍 넘었지만 이 땅에서 돈을 좋아하는 불의한 청지기는 되고 싶지 않았다. 이후 허가가 막혔던 공간이 기적처럼 열리고, 필요했던 장비와 인력들이 예상치 못한 도움으로 채워졌다. 때론 불교 신자가 허가를 내주는 통로가 되기도 했다.
불교 신자였던 한 작업자는 공사에 참여했다가 무대에 함께 서게 됐고, 신앙 모임에까지 나오며 이제는 매주 교회에도 출석하고 있다. 그는 "예수님이 나 때문에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는 걸 연극을 하며 느꼈다"고 말했다.
이 사역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우연처럼 보이는 사건들이 이어졌지만 이 대표는 모든 것을 ‘하나님의 타이밍’이라 말했다. 이 대표는 공연을 통해 단순한 감동이 아니라 복음의 능력이 실현되길 바란다. 그는 "처음엔 그냥 ‘좋은 공연을 만들자’는 마음이었지만 하나님께서 이 무대를 통해 사람들을 부르고 계시다는 것을 느꼈다"며 "이건 그냥 무대가 아니다. 예수님의 생애를 오늘의 현실 속에 재현하는 사건이고, 그분의 사랑을 다시 만나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믿지 않는 사람을 통해서도 일하시는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하며 기쁨으로 믿음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특별히 ‘2025 플레이 캠프’라는 1박 2일 예비 프로그램을 통해 감동과 은혜를 더한다. 오는 25일부터 26일까지 경기도 가평 오륜비전빌리지에서 진행되며, 성경 말씀을 예술로 풀어내는 이 프로그램은 청년들과 교회 교육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캠프에서는 크리스천 연극배우 강사진과 참여하는 성도들이 로고스 플레이(성경 속 인물과 스토리의 즉흥극), 성극 관람, 교제, 찬양으로 은혜를 나누고, 십자가 즉흥극 ‘비아 크루치스’에 출연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강사는 이원승 대표와 김경신 예술감독을 비롯해 협력 아티스트 송영광 장원준 민라헬 박득환 유성준 안지후 노유정 등이 나선다.
이 대표는 "캠프에서는 비아 크루치스에 배우로 참여하기 위해 연기 훈련과 접근 방법에 대한 시간을 갖는다. 특히 로고스 플레이를 배우고 복음의 장면을 즉흥극으로 해석하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면서 "이를 통해 성경에 관한 학습 전이가 효과적으로 일어나며 복음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하는 한편 신앙에 대해 점검하고 복음의 메시지를 삶 속에 담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캠프 참석자들이 다시 각자의 교회로 돌아가 연극을 통한 교육 프로그램을 나누고 지역 공동체에 복음을 퍼뜨리는 일에 동참하길 바란다"면서 "이는 말씀을 창의적이고 실천적인 방식으로 전할 수 있는 문화 선교 운동의 모델이 됐으면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이건 내가 믿어서 시작한 일이 아니었다. 하나님이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다"라며 "그 분의 열심 안에 끼어 들어가 있어 기쁠 뿐"이라고 고백했다.
‘비아 크루치스’는 더 이상 무대 위의 연극이 아니다. 복음을 삶으로 살아내는 성도들의 실제 이야기다. 하나님이 이끄시는 무대, 연극을 넘어선 복음. ‘비아 크루치스’는 십자가의 길을 따라 걷고자 하는 이들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