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지난 28일 경북 안동체육관에 설치한 주민대피소에 머물고 있는 주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한 대행은 탄핵 기각 결정이 나오자마자 복귀해 회의를 주재한 뒤 산불 현장으로 달려갔다. /연합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지난 28일 경북 안동체육관에 설치한 주민대피소에 머물고 있는 주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한 대행은 탄핵 기각 결정이 나오자마자 복귀해 회의를 주재한 뒤 산불 현장으로 달려갔다. /연합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요구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압력에도 우뚝 버티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한 권한대행이 민주당 주도로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곧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상법 개정안 거부권은 오는 4월 5일까지 행사할 수 있다.

한덕수 대행이 4월 1일 국무위원 간담회를 가진 뒤 5일 이전에 상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한국경제 등이 전했다. 복수의 정부 고위관계자가 "한 대행이 국무회의 전 간담회를 소집했는데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여부가 최종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는 것이다. 정부 내에서도 한 대행이 상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하기 전 국무위원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한 대행이 소액주주 보호 방안으로 상법 개정이 아니라 자본시장법 개정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대행이 상법 개정 시 발생하는 부작용을 더 우려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지난 2월 13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했다. 재계와 학계는 이 부분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했다.

기업 이사회가 의사 결정을 할 때마다 ‘주주의 이익’부터 생각해야 한다면 새로운 투자, 인력 채용, 시장 개척 등 거의 모든 경영 활동에 있어 의사 결정이 늦어지거나 책임회피식 결정만이 나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소액주주도 주가 하락 시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한 대행은 이점을 크게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7일에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6대 경제단체장들이 한 대행을 만나 상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법무부 또한 한 대행에게 거부권 행사를 해달라는 의견을 전했다고 한다.

한 대행의 뜻을 반영한 듯 정부와 국민의힘은 상법 개정안 대신 증시에 상장한 2600여 개 법인에 한정해 소액주주 이익까지 보호하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하자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두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강하게 반대는 것이 변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복현 금감원장 때문에 거부권 행사가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이미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국무위원도 아닌 금감원장이 한 대행 같은 노회한 관료 출신 대통령 권한대행의 의지를 꺾는 것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다만 경북 연쇄산불 피해 수습 대책 마련 때문에 거부권 행사 날짜가 며칠 늦어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0일 산불 피해 수습을 위해서 10조 원 규모의 추경예산 편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런 규모의 추경예산 편성을 위해서는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과도 협력해야하므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산불피해 수습 문제가 있다고 해도 한 대행이 상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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