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경북 청송군 이재민 대피소를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자들을 모아 놓고 뭔가 말하려 할 때 산불 피해를 입은 한 남성이 "불 좀 끄러 가자"고 외쳤다. 그러자 이재명 대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MBC 관련 보도영상 캡처
지난 27일 경북 청송군 이재민 대피소를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자들을 모아 놓고 뭔가 말하려 할 때 산불 피해를 입은 한 남성이 "불 좀 끄러 가자"고 외쳤다. 그러자 이재명 대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MBC 관련 보도영상 캡처

지난 22일 의성군에서 시작해 일주일 가까이 이어진 경북 연쇄산불은 약 4만 5000 ha(450 ㎢, 약 1억 3612만 5000평)의 면적을 폐허로 만들었다. 지난 주말 경북 산불피해지역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두고 비판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지난 24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기각된 직후 경북 안동시 주민대피소를 찾았다. 한 대행은 이후로도 틈날 때마다 경북 각지의 주민대피소를 찾아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26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뒤 경북 안동시로 향했다. 방탄복 차림에 경호원들을 대동한 채였다. 이 대표는 이튿날 경북 의성군, 청송군, 영양군 주민대피소를 찾았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반기지 않았다. 이 대표가 27일 청송군 진보문화체육센터에 마련한 주민대피소 앞에서 기자들을 불러 모아 발표를 하려할 때 한 남성이 "사진 다 찍었으면 불 끄러 가자, 지금 내 창고가 불타고 있다, 불 끄러 가자"고 고함을 쳤다. 이 남성은 산불 피해자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이 남성의 이야기가 끝나기를 기다렸지만 그는 계속해서 "누가 불 끄러 왔나? 사진 찍으러 왔지? 사진 다 찍었으면 불 좀 끄러 가자! 지금 창고가 사흘째 불타고 있다"고 계속 소리쳤다. 이때 이 대표 옆에 있던 청송군수가 "대표님, 제가 처리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리된 후 시작하자"며 청송군수를 말렸다.

남성의 고함소리가 계속 이어지자 이 대표의 입이 ‘씨’라고 말하는 것처럼 움직이며 ‘ㅆ’ 발음이 들렸다. 그러면서 해당 남성을 가리켜 "이런 상황에서도 정치적 행동을 한다"는 식으로 폄하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숨 쉬는 소리"라고 주장했지만, 영상을 본 시민 다수는 욕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대표 반대파는 "어떻게 숨 쉬는 소리조차 욕이냐"고 비꼬았다.

이 대표가 영양군 문화체육센터의 주민대피소를 찾았을 때는 한 남성이 "보기 싫다"며 손에 벗어 든 상의를 휘둘렀다. 이 대표가 맞지는 않았지만 경호원과 민주당 관계자들이 남성을 붙잡고 끌어냈다. 이 남성은 이번 산불로 집을 잃은 지역 주민으로 전해졌다.

28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이 대표 방문 당시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공무원이라고 밝힌 사람은 "이재명 온다고 산불 지상진화 14시까지 대기다"라고 올렸다.

경북 산청군에서 산불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는 남성은 "어제 좀 휴식을 줘서 자고 대책본부에 왔는데 이재명 온다고 14시까지 있으란다. 오전에는 헬기 진화만 한다고"라며 "국회의원은 안 오는 게 도와주는 건데 좀 오지마"라고 적었다. 이 남성은 이어 "너네 오면 오더(명령) 내려야 하는 사람들 다 붙잡고 있지 않느냐"며 "나도 빨리 끝내고 집에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표가 산불 피해현장을 찾았다가 비판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대선을 앞둔 2022년 3월 5일 그는 경북 울진군과 강원도 삼척 산불 피해현장을 찾았다. 그런데 새벽에 대피소에 도착해서는 자고 있는 이재민들을 깨워 사진만 찍고 떠났다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은 "방문 시간은 오전 7시쯤"이라며 "가짜뉴스"라고 길길이 뛰었다. 하지만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은 기자들에게 "이재명 후보는 5일 오전 4시 18분 울진 국민체육센터 제1대피소를 방문했고, 오전 4시 34분 울진 연호문화센터 제2대피소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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