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훔친 '도둑'들 산업스파이와의 전쟁] ⑨ 산업스파이, 걸려도 남는 장사
① 역사를 바꾼 산업스파이
② R&D보다 효율성이 높은 산업스파이?
③ 노트북을 사랑한 산업스파이
④ 노트북보다 사람을 더 사랑한 중국
⑤ 중국 제조 2025 (Made in China 2025)
⑥ 북한의 끊어지지 않는 샘물
⑦ 산업스파이를 조장하는 기업문화
⑧ 기술유출 내부자 프로파일링
⑨ 산업스파이, 걸려도 남는 장사
⑩ 산업스파이와의 전쟁
합리적 선택이론(Rational Choice Theory)은 범죄자가 범행을 저지를 때 이성적으로 판단,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이 범죄로 인한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하면 범죄를 선택한다는 이론이다. 합리적 선택이론은 특히 산업스파이 범죄에 잘 적용된다. 산업스파이는 단순한 충동이나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치밀한 계산과 합리적인 사고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 범죄다. 개인이나 조직이 범행으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전략적 이익이 처벌이나 발각의 위험보다 더 크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범죄가 산업스파이다.
산업스파이는 걸려도 남는 장사?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법원 사법연감을 기반으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리된 제1심 형사공판 사건 81건을 분석한 결과, 집행유예(39.5%), 무죄(34.6%), 재산형(8.6%), 유기형(6.2%) 순으로 판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년간 1심 재판에서 유기징역(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은 단 5건에 불과했다. 산업기술 유출 사건의 무죄 선고 비율은 같은 기간 전체 형사사건 무죄율(3.0%)보다 11.5배 이상 높았다.
한국경제신문이 2019년 3월 특허청 기술경찰이 수사업무를 개시한 이후 2023년 10월까지 검찰에 송치된 산업재산권 침해 사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총 1310명 중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피의자는 31명에 불과했다. 이 중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단 4명뿐이었으며, 형량도 모두 6개월 미만에 그쳤다. 벌금형을 받은 피의자의 상당수가 100만 원 이상 500만 원 미만(20명)에 해당했고, 500만 원 이상 1000만 원 미만의 형을 받은 인원은 7명에 불과했다.
이처럼 산업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법원의 처벌 수준은 매우 낮다. 그러므로 산업스파이가 기술 유출로 얻는 개인적 이익이 기술 유출로 인한 개인적 손실보다 더 크다고 판단하면, 산업스파이는 걸려도 남는 장사가 될 수 있다. 합리적 선택이론에 따르면, 산업스파이가 일탈행위를 감행하는 것은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산업스파이에 관대한 한국 법원
산업스파이에 대한 처벌이 낮은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 산업스파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다는 점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산업스파이 행위로 인한 피해 규모에 비해 법정 형량이 지나치게 낮게 설정된 점도 문제다.
그러나 한국 법원에서 산업스파이 사건의 형량이 낮게 책정되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양형 기준 때문이다. 법원은 초범·진지한 반성·피해 복구 노력 등을 이유로 형량을 낮추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영업비밀을 침해당한 회사가 보안 관리를 소홀히 한 경우, 영업비밀이 외부로 유출됐지만 실제 사용되지 않은 경우, 영업비밀 유출로 인한 손해가 현실화되지 않은 경우, 유출됐지만 손실 규모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경우, 영업비밀 유출자가 해당 기술 개발에 기여한 경우 등도 유리한 감경 사유로 인정됐다.
법원의 이러한 감경 요소 남용은 산업스파이 범죄의 심각성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법적 리스크가 낮다고 판단한 산업스파이들은 더욱 활개를 칠 것이고, 해외 경쟁 기업이나 외국 정보기관이 조직적으로 산업스파이 활동을 강화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강화된 양형기준의 실효성은 미지수
2024년 3월, 대법원은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새로운 양형 기준을 확정했다. 양형 기준은 일선 판사들이 판결할 때 참고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산업기술의 국내 유출 경우 최대 9년, 국외 유출 경우 최대 15년으로 형량이 상향 조정됐다. 국가 핵심 기술을 국외로 유출한 경우 최대 징역 18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기술 유출범이 대개 초범인 점을 감안, ‘형사처벌 전력 없음’의 사정을 집행유예 주요 참작 사유에서 제외했다.
강화된 양형 기준은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엄정한 양형을 바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반영한 것이지만, 실효성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새로운 양형 기준이 적용되는 2024년 7월 1일 이후 공소 제기된 사건의 ‘1호’ 판결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가안보 위협 간주, 간첩법 개정 필요
양형 기준 강화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법률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처벌의 범위와 법적 대응 수단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법률 개정을 통해 범죄의 정의와 처벌 기준을 명확히 하고, 보다 포괄적인 법적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기술 유출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양형 기준 강화와 법률 개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두 요소가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해야 한다.
최근 경제·산업계에서는 ‘국가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과 관련해 간첩죄 적용 대상을 외국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쟁 국가들이 국가 전략 차원에서 기술을 절취·유출하는 행위를 단순한 산업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경제간첩법’을 통해 기업비밀 유출을 방첩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대만과 영국 또한 각각 ‘국가안전법’과 ‘국가안보법’을 통해 기술 유출을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해 처벌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을 고려할 때, 우리 역시 기술 유출을 국가 안보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이에 맞춰 간첩법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 거주하던 한국 교민 A가 2023년 12월 중국 국가안전부에 체포되어 5개월간 조사를 받았다. 이후 2024년 5월 반간첩법 위반 혐의로 중국 검찰에 구속됐다. A는 한국 S전자 출신 반도체 기술자로, 2016년 중국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에 영입됐다. A의 혐의는 반도체 기술을 한국으로 유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한국 경찰이 2024년 한 해 동안 적발한 해외 기술 유출 사건은 총 27건이며, 이 중 20건(약 75%)이 중국으로 유출됐다. 그러나 한국은 그 20건 중 단 한 건도 간첩법으로 처벌할 수 없었다. 처벌할 법률이 없기 때문이다. /장석광
"돈 몇 푼에 기술 주고 나면 토사구팽당할 게 뻔한데도 나라 배신하고 떠난 머저리들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산업스파이들은 실명, 얼굴 전부 공개하는 법을 조속히 만들어라."
"저임금으로 부려 먹으려다가 이제 중국으로 넘어가니까 왜 아깝나? 그러기 전에 이런 기술직들에 대해 홀대하지 말았어야지. 협력업체라고 싼값에 차별하고 갉아 먹더니 지금 와서 국가 핵심 기술 유출했다고 하면 되겠나?"
"사기를 한 번 당하면 사기 친 자가 나쁜 거고, 두 번 당하면 당한 자가 바보고, 세 번 당하면 공범이다. 빼간다고 징징거리지 말고, 보안을 철저히 해라." "OO당은 산업스파이에 간첩죄 적용하는 법 만들고 통과시킬 수 있는데도 안 한다. 기업들이 내는 돈으로 월급 받고 연금 받으면서 기술 보호는 안 하는 OOO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