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구글이 무섭다
최근 다양한 AI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기존의 빅테크뿐 아니라 중국의 많은 기업들도 AI를 양산화 수준으로 쏟아내고 있다. LLM(Large Language Model:거대 언어 모델)뿐만 아니라 이미지 모델, 비디오 생성 모델도 빠르게 따라가고 있다. 그 와중에 조용히 자기의 길을 묵묵히 가면서 AI에 전방위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구글이다.
처음 오픈AI가 치고 나가는 바람에 ‘구글은 타이밍을 놓쳤다’ ‘구글도 이제 끝이다’ 말들이 많았다. 구글의 챗봇 ‘바드’도 호평을 못 받으면서 선점 시장을 놓쳤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AI 시장은 이제 막 개화되고 있고, 개화기 자체가 굉장히 길게 진행될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작년은 엔비디아 GPU의 보급 같은 인프라 구축이 주가 되었다면, 현재는 본격적으로 AI 연구가 진행되는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구글은 제미나이(Gemini)라는 이름으로 최근 젬마 3(Gemma 3) 같은 오픈 모델뿐 아니라 2013년부터 10여 년 넘게 자체 칩을 개발해서 현재 버전 6까지 나왔다. 구글이 철저히 준비하고 갈고 닦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멀티모달리티 최강자 제미나이 2.0
구글 플랫폼에 의존도가 높은 사람들은 이미 제미나이 2.0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현재 고급 추론 능력, 심층적 보고서 작성 등 많은 기능들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제미나이를 멀티모달리티의 최강자라고 평가받게 만든 제미나이 이미지 생성기가 있다. 원래 있던 이미지에서 추가로 다른 것을 편집하기 좋게 구성돼 있다. 학습된 데이터가 많다보니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이 큰 장점으로 확실히 부각된다.
아래 사진에서 도산 안창호 선생의 정면 이미지를 이용해 측면 이미지를 생성한 것도 제미나이 2.0을 이용한 결과다.
온 디바이스 AI 모델 젬마 3
구글 딥마인드에서 오픈 모델로 풀린 젬마 3라는 언어모델이 있다. 매우 가벼운 언어 모델로 제미나이의 경량화 모델로 보면 된다. 1B(10억)부터 27B까지 4가지 크기를 제공하고 있는데, 로컬에서 다운받아 직접 사용해 본 결과 프론티어 모델급 성능이었다. 추론 기능은 제외라지만 GPT4 급 성능이다 보니, 로컬에서 사용하거나 이 모델을 튜닝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신뢰성과 기대감이 크다.
무엇보다 한글을 지원한다는 점이 우리에게는 반갑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작은 크기에 무료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구글이 젬마 3를 한 문장으로 소개한 문구는 ‘당신이 하나의 GPU나 TPU로 돌릴 수 있는 가장 능력있는 모델’이다. 정말 와닿는 문장이다. 인류의 다음 목표인 온 디바이스 AI(On-Device AI:서버가 따로 없이 기기 자체에 탑재된 AI로 인터넷 등이 불가능한 환경에서도 자체 기능하는 것)로 가는 간격을 줄여주는 모델로 적합해 보였다.
현재로서는 온 디바이스 AI를 구현하려면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첫 번째는 AI 하드웨어가 강력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 인류가 널리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같은 휴대용 스마트 기기의 하드웨어를 말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AI 모델 자체가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 기기에 들어갈 정도로 경량화된 상태로 성능이 따라줘야 한다.
둘 다 갖춰지면 좋겠지만, 그 괴리가 크기 때문에 온 디바이스 AI 세상은 빨리 오지 않는 것이다. ‘최초의 갤럭시 AI 스마트폰’ ‘애플의 인텔리전스 발표’ 등이 나와도 일반인들이 실감을 못하는 것은 현재로선 어쩔 수 없다. 온 디바이스 AI가 뭔지, 통신이 안되는 곳에서 번역되는 것이 뭐가 그리 대단한지 체감이 안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젬마 3 정도로 소형화 되면서 성능이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확실히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계단 그 이상으로 보인다. 구글에서 제공한 아래의 성능 분석표를 보면 그 대단함을 확실히 체감할 수 있다. 성능 대비 필요한 GPU의 숫자 면에서 중국의 딥시크보다 적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구글이 풀고 있는 무료 서비스
AI 전쟁의 시발점이 된 딥시크를 시작으로 AI 모델의 고급기술로 분류된 추론모델로는 테슬라의 그록 3와 오픈AI가 있다. 되새김질을 계속해서, 스스로 여러 가지 정보를 찾아 정확도를 높이는 추론모델은 워낙 많은 데이터양을 필요로 한다. 그러다 보니 보통은 유료 또는 제한을 두고 서비스를 했다.
그런데 이번에 구글에서 추론 기능을 무료로 풀었다. 그러자 모든 기업들이 추론 모델을 무료로 풀기 시작했다. 선두주자로 어느 정도 기반을 다지고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 오픈AI 입장에서는 피눈물 나는 상황일 수밖에 없다.
이로 말미암아 중국·미국을 포함해 세계 모든 기업들이 내놓은 AI의 수준이 점차 비슷해지고 있다. 물론 개인 취향에 맞는 AI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AI 모델이 혁신적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은 기존의 플랫폼을 잘 가지고 있고 하드웨어 운영을 잘하는 기업이 이길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가질 의문은 오픈AI가 유리한가? 구글이 유리한가? 이다. 필자는 탄탄한 플랫폼을 갖춘 구글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픈AI는 자체 플랫폼이 아직은 오픈AI 하나밖에 없다. 그래서 초반에 경쟁자 없이 활발하게 치고 나가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지금은 약간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그만큼 기존의 플랫폼 강자를 무시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네이버와 다음 등으로 조금 덜하겠지만, 세계는 구글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살 수 없다는 말도 있다. 구글 맵을 사용하지 않는 나라는 대한민국을 포함해 손에 꼽힌다. 예로 든 구글 맵뿐만이 아니라 지메일, 유튜브 등도 있다. 구글 입장에서는 연동해서 할 만한 자사의 서비스들이 너무 많다.
앞만 보고 가는 구글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거대한 플랫폼이다 보니, 쌓여가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 사용 방법을 구글만큼 잘 아는 기업도 없을 것이다.
플랫폼의 개인화(Personalization)라는 기능을 봐도 알 수 있다. 구글 플랫폼을 통해 사용자 활동이 모두 기록되고 저장되어 있다. 무엇을 검색했는지, 어디에 갔는지, 얼마나 있었는지 등 사용자의 동의하에 개인정보들을 수집 분석한다. 그래서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분석하고 표시하는 것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구글은 이런 기능들로 사용자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게다가 무료 공개에 오픈 모델로 나오다 보니, 후발주자나 오픈AI 같은 기업들도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기존 사용자라는 거대하고 막강한 풀이 있다 보니, 처음부터 주도권을 쥐고 시작한 싸움이다. 플랫폼의 헤게모니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구글은 지금 이 순간에도 사용자의 검색을 통해 데이터를 계속 확보하고 있다. 텍스트 기반에서 로봇 산업 확장까지, 데이터 플랫폼을 중심으로 확장해 가는 구글의 모습은 무섭기까지 했다. AI 전쟁에 뒤늦게 뛰어든 줄 알았지만 오래전부터 준비했고, 확실히 이길 수 있을 때 나타난 구글을 보며, 역시 구글은 구글이다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