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의 '초시계 재판'이 부른 절차적 흠결 논란
다음주 尹 형사 2차 준비, 李 선거법 2심 줄줄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재 입구 맞은편에 경찰버스 차벽이 세워져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 민주당 의원에 대한 계란 투척 사건 이후 경찰버스를 추가로 주차해 차벽을 세웠다. /연합

그간 대부분 언론이 법조계의 의견을 빌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이 종결된 지난달 25일 이후 열흘에서 2주 이내에 선고가 내려질 것이라는 가정하에 계속 ‘선고가 임박했다’는 보도를 2주 넘게 해오고 있지만 3주를 이틀 넘긴 20일에도 선고 시기는 예측 불가다.

법조계와 대다수 언론은 다음 주 후반인 27일 또는 28일, 심지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일인 26일을 점치고 있지만 이 역시 막연한 예측에 불과하다. 일부 법조인과 정치인은 다음 주도 불투명하며 4월 초 또는 그 이후를 짚기도 한다.

이런 관측의 주요 배경 중 하나는 헌법재판소(헌재)가 사실관계조차 정리를 끝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설혹 끝냈다 하더라도 법리에서 재판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평 변호사는 20일 한 유튜브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진술과 증언이 오염되었다는 게 드러났고, 계엄군 16명이 국회 본청에 들어갔는데 고작 16명이 국회의원과 보좌관 등 수백 명을 끌어내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고 볼 수 있는가 등 사실관계 확정에서 의견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9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결론은 반드시 합의해야 하는 부분은 아니다. 만장일치가 아니어도 일단 결론은 낼 수 있다"며 "중요한 건 사실관계 확정"이라고 지적했다.

선고가 늦어지는 결정적인 이유로 제기되는 것은 헌재의 졸속 재판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은 재판장의 소송 지휘권을 남용하여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의 직접 증인 신문을 막았고, 법률대리인의 3분 신문 요청조차 허용하지 않으며 초시계까지 동원하여 변론과 신문 시간을 제한함으로써 재판을 졸속으로 끌어왔다는 사실이 가장 크게 지적된다.

법조인들은 형사 재판에서 변론 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본 적도, 있을 수도 없다며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는 헌재 탄핵 재판에서 변론 시간을 초 단위로 제한하는 것 또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많은 법조인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대법원 최종심에서 유죄판결이 나오기 전 조기 대선을 위해 문 권한대행이 신속히 윤 대통령에게 파면을 선고하려다 보니 졸속 재판 논란을 자초했다고 지적한다.

탄핵 재판 초기만 해도 문 권한대행의 뜻이 관철되는 듯 보였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탄핵 반대 여론이 비등하는 중 법원이 절차적 흠결을 이유로 윤 대통령 구속취소 판결을 내리면서 상황은 반전되었다.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 부장판사는 윤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문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내란죄 수사권 논란 등 적법 절차 요건을 따지면서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고, 절차적 정당성을 부각시킨 이 판결이 헌재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문 대행의 ‘초시계 재판’이 자충수였다는 이야기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다음 주에도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 중 또 하나의 배경은 다음 주에 윤 대통령 내란죄 형사 재판 2차 공판 준비기일(24일, 월요일), 이 대표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재판(25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26일) 등 재판이 줄줄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헌재가 사실관계도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굳이 중요한 타 재판과 겹치는 날을 잡아 선고할 까닭이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 2심 선고일인 26일 이후 주 후반부에 선고할 가능성도 있지만 사실관계 확정-평결-결정문 작성 등의 과정을 감안할 때 물리적으로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광삼 변호사는 20일 채널A ‘돌직구 쇼’에 출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4월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며 "마지노선은 윤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 임기가 종료되는 4월 18일"이라고 말했다.

최병묵, 송국건 등 정치평론가나 서정욱 변호사 등은 그간 문 권한대행이 윤 대통령 파면 선고 가능성이 없으면 임기 종료일까지 미루다가 퇴임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해 왔다.

모든 법조인이 동의하는 한 가지는 헌재의 행보를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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