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포위된 한국] ④ ‘하이브리드 전쟁’은 ‘초한전’의 일부…中 삼켰다 생각하고 日 겨냥
① 기성언론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반중정서 물타기’
② 우리나라 곳곳에 스며든 中 공산당의 그림자
③ 中 ‘일대일로’는 공산당 ‘정치공작’이 드러난 '빙산의 일각'
④ ‘하이브리드 전쟁’은 ‘초한전’의 일부…中 삼켰다 생각하고 日 겨냥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이어 체포영장이 집행돼 구치소에 수감된 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은 반색했다. 사실상 끝난 싸움이라고 판단한 듯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당선되고, 미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했을 때 조바심을 내던 중국 공산당도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올해 1월 초 "중국인은 한국 현지 정치활동을 하지 말라"는 공지까지 했다. 다이빙 주한중국대사는 우리나라 곳곳의 지자체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중국 공산당이 이처럼 여유를 보였던 데 대해 지난 2월까지 안보전문가들은 "한국은 이미 80% 이상 먹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하는 지적이 많았다. 그리고 중국 공산당의 다음 목표는 일본이 될 것이라는 게 의견을 함께 내놨다.
◇ 몇 년 동안 日 외면했던 中…트럼프 당선되자 日에 손짓
지난 몇 년 동안 코로나(우한폐렴) 대유행을 핑계로 한일중 정상회의를 열지 않았던 중국이 지난해 11월 일본과 접촉했다. 일본에서는 한 달 전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이 열렸다. 한 달도 안 되는 시한 속에 치러진 총선에서 자유민주당(자민당) 중진 여럿이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가 자민당 정치후원금 기재 문제를 이유로 당내 각 계파의 해산을 추진하자 12명의 자민당 중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들 가운데는 13선 중의원 ‘니카이 도시히로(86)’ 의원도 있었다. 니카이파 수장이었던 그도 정치후원금 기재 문제가 불거졌다.
니카이 의원은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가장 존경한다는 정치인이었다. 또한 박지원 의원과 ‘의형제’로 알려질 정도로 친분이 깊다.
일본과 중국에서 니카이 의원은 ‘골수 친중파’로 유명하다. 시진핑과 독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본 의원이라는 수식어가 있다. 이런 니카이 의원은 정계를 은퇴하면서 자신의 지역구(와카야마현 와카야마 2구)는 셋째 아들에게 물려줬지만 계파 영향력은 약해졌다.
그와 함께 일본 정계에서 대표적인 친중파로 꼽히는 간 나오토 전 총리(입헌민주당·79) 또한 지난해 10월 출마를 포기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렇게 그동안 공들여 쌓은 ‘일본 의회 내 친중파 인맥의 뿌리’가 흔들리자 중국 공산당은 즉시 일본 새 정부에 손을 흔들었다. 지난해 12월 4일 이와야 다케시 외무장관은 도쿄에서 열린 ‘도쿄-베이징 포럼’ 인사말에서 11월 일본인에 대한 중국의 단기비자 면제 조치를 언급한 뒤 "일중 관계는 다시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며 "이 흐름을 더욱 밀고 나가기 위해 가능한 조기에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영상 메시지를 보낸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도 "적절한 시기에 일본을 방문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 韓에는 안 오는 시진핑…中 공산당이 먼저 日 총리 초청
이와야 외무장관은 지난해 12월 25일 중국을 찾아 왕이 외교부장과 만났다. 이날 회담에서 일중은 안보·경제 고위급 회담을 갖기로 하고, 빠른 시일 내 일중 정상회담도 열기로 했다.
올해 1월 13일에는 연립여당인 자민당·공명당 의원 12명이 중국을 방문했다. 모리다 히로시 자민당 간사, 니시다 미코토 공명당 간사 등이 대표단에 포함됐다. 이 자리에서 왕이 외교부장은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때 이시바 총리가 중국을 방문할 수 있는지 물었다고 한다. 이시바 총리는 2월 7일 미일 정상회담 때문에 결국 중국에 가지 않았지만 일본 여당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일본-중국 간 ‘밀착’에 국내 기성언론들이 조바심을 낸 것은 주목할 만한 반응이다. 이어 지난 2월 13일 일본 아사히 신문이 "한중일 정부가 3월 22일 도쿄에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국내 친중 매체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에서 ‘CCP Out’이나 ‘반중’ 구호를 외치는 것을 트집 잡으며 "탄핵반대 시위 때문에 왕이 외교부장이 방한을 안 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여론도 잠깐 흔들렸다.
이를 중국 공산당의 패권전략 측면에서 보면, 이는 중국 공산당이 일본과 갑작스레 친밀함을 과시하는 동시에 ‘탄핵정국’인 우리나라를 흔들려는 시도라는 지적이 많다.
윤 대통령 덕분에 중국 공산당의 침투와 위협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위기에 봉착한 중국 공산당이 일본과의 관계를 앞세워 우리나라 내 친중 세력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국내 각계각층에 심어놓은 친중 세력이 퇴출되거나 힘을 잃으면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친 꼴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 홍콩·동남아 먹고 한국 먹기 직전의 中 공산당…다음 차례는 일본
중국 공산당의 패권전략을 살펴보면, 그 순서는 홍콩, 대만, 동남아시아, 한국 순이다. 홍콩은 2025년 초 야당 해체를 통해 중국화가 사실상 끝났고, 대만은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여당임에도 정국을 강력히 주도하지 못할 정도로 친중 세력이 강하다. 동남아시아는 4000만 화교 세력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있었던 데다 ‘일대일로’에 앞서 정치권과 군부, 종교까지 친중화가 마무리된 상태로 보기 때문에 별 걱정이 없다.
그 다음 단계가 한국 친중화다. 중국 패권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다.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미국 패권의 핵심 거점에다 선진국으로 꼽히는 서방국가다. 한국이 친중화되면 ‘세습 정치인’을 다수 포섭해 놓은 일본의 친중화도 시간문제라는 게 중국 공산당 생각이다.
중국 공산당은 20여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 자국민을 보내면서 귀화를 권장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되면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EU로의 침투가 매우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보다 일본과 EU의 국적을 가지면 북미 지역 침투가 더 수월하다. 즉 2049년까지 서태평양을 장악하겠다는 중국 공산당의 패권 전략에서 한국과 일본 친중화는 가장 중요한 전략적 목표다.
재일 중국인의 친중 활동, 특히 한일 관계 이간질은 20년 전부터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한때 야후재팬에서 ‘혐한뉴스’를 퍼뜨리다 퇴출당한 ‘서치나’와 ‘레코드 차이나’ 같은 친중매체다.
‘서치나’는 ‘모토키 마시카즈’가 1999년 9월 중국경제 전문매체를 표방하며 창간했다. 그런데 모토키는 1971년 중국 푸젠성에서 태어난 중국인으로 일본에 귀화했다. ‘레코드 차이나’를 설립한 ‘야마키 히로유키’는 1947년 중국 길림성에서 태어난 중국인이다. 1971년 일본 지지통신에 입사해 일하다 귀화했다. ‘포커스 아시아’는 2009년 10월 창간한 매체다. 이 매체는 사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신화망’의 일본어판이다.
야후 재팬은 2015년부터 이들을 ‘가짜뉴스 매체’라며 퇴출했다. 하지만 지금도 일본 국적을 취득한 중국인 가운데 일부는 일본에 체류하는 78만여 명의 중국인과 함께 한일을 이간질하고 일본을 중국화하기 위해 은밀히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