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심한 지역에선 최대 14개월 더 노화"
"노년층, 땀 조절 쉽지 않아...거주지 살펴야"

지구 온난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무더위가 노화 등 공중 보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
지구 온난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무더위가 노화 등 공중 보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

극심한 더위에 노출되면 생물학적인 노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7일(현지시간) 호주 A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노인학 대학 연구팀은 미국 전역의 폭염 일수와 고령층 노화 속도를 분석한 결과 더운 지역 노화 속도가 시원한 지역보다 최대 2년 6개월 빨라졌다는 걸 밝혀냈다. 2010~2016년 열지수(Heat Index)를 기준으로 미국 전역의 폭염 일수를 조사한 뒤 56세 이상 지역 주민 약 3700여 명을 대상으로 혈액 표본을 채취, 분석해 생물학적 나이의 변화를 분석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미국 기상청(NWS)은 기온과 습도 기반 열지수에 따라 더위가 건강에 미칠 수 있는 위험 수준을 분류하고 있다. 이에 따라 26.7~32.2℃는 ‘주의’(Caution), 32.2~39.4℃는 ‘극심한 주의’(Extreme Caution), 39.4~51.1℃는 ‘위험’(Danger) 단계로 나뉘어 있다. 연구팀은 위 세 가지 단계에 해당하는 날을 모두 ‘폭염’에 포함시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6년 동안의 폭염 일수 증가 또는 장기간의 더위가 미치는 영향에 따라 참가자들은 생물학적으로 최대 2.48년 노화가 앞당겨졌다. 제니퍼 에일셔 교수는 "1년 중 절반이 ‘극심한 주의’ 수준 이상 폭염이 발생하는 애리조나주 피닉스 거주자는 연간 폭염 발생일이 10일 미만인 지역 거주자보다 생물학적 노화가 최대 14개월 빨랐다"라고 전했다. 단순히 더운 날이 많은 지역에 사는 것만으로도 노화가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에일셔 교수는 또 "노년층에서는 땀이 증발하면서 나타나는 피부 냉각 효과가 적어진다"라며 "자신이 있는 지역의 온도와 습도를 살펴보고 어떤 위험이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통상 폭염과 더운 날씨에 장시간 노출되면 심장병과 신장 기능 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마다 기온이 높아지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에 참여한 최은영 박사는 "더위에 따른 영향은 즉각적인 진단이 어려울 수 있지만 세포나 분자 등에는 피해를 줄 수 있다"라며 "생물학적 퇴화가 축적돼 수년 후 장애와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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