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에서 정원을 못 채운 지방 대학들이 속출하면서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속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연합

새 학기를 준비하는 대학들이 신입생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그러나 각 교단 신학대학들의 입시 통계가 발표되며 희비가 엇갈렸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경우 입학 경쟁률은 약소하게 상승하고 있지만 지방 신학대학교들은 고심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25학년도 신학대학교 신입생 경쟁률과 관련, 총신대학교 신학과는 정시모집에서 5.5: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과 역시 정시모집에서 5.25:1의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는 정시모집에서 4.75:1의 경쟁률을 나타냈고, 감리교신학대학교는 수시모집에서 1.6: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서울과 수도권에 위치한 주요 신학대학교들은 정시모집에서 비교적 높은 경쟁률을 보였으나, 일부 대학은 모집인원 대비 지원자 수가 부족해 경쟁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방 신학대학교의 신입생 경쟁률은 수도권 대학에 비해 현저히 낮은 편으로 집계됐다. 고신대학교 신학과는 2025학년도 정시 모집인원을 40%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경쟁률이 0.42:1에 그쳤다. 이는 전년도 0.55:1보다 낮아진 수치다.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역시 경쟁률이 0.56:1로 전년도 대비 약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러한 결과는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 특성화된 과목 개설 부족, 고등교육 정책 생태계 파괴 등의 요인으로 지방 신학대학교들이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국내에는 신학대학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반대학의 신학과 또는 기독교학과에서도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으며, 각 신학대학원까지 포함하면 그야말로 정원은 어마어마하다. 신학대학이 살아남는 방법은 교회 다니는 학생과 성도들은 모두 신학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그 심각성은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한국교회는 기독교인 수와 교회 수의 양적 감소에 이어 신학생 지원율 감소로 인한 목회자 수급의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다. 주요 교단들은 직영 신학대학교와 함께 인준 신학대학들을 통해 목회자 후보생들을 양성하는데 협력하고 있다. 수도권에 있는 학교만으로는 한국교회 전체를 커버할 수 없고, 결국 지방대학을 살리지 못한다면 목회자 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지며 교단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목회자들 대부분이 한국의 신학교육기관의 ‘과도한 난립’을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정규 신학교육에 대한 만족도 또한 낮다.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가 지난달 14일 발표한 목회자의 신학교육 인식 조사에 따르면 정규 신학교육에 관한 목회자의 만족도는 5점 만점에 3.5점(55%)으로 비교적 낮게 나타났으며, 부목사도 3.7점(62%)으로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반적으로 현장 목회자들의 신학교육 만족도가 높지 않은 점이 주목된다. 한국 신학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목회자들은 ‘현장 중심의 교육 부재’를 원인으로 꼽았다.

최대해 총장. /대신대

이에 대해 한국신학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인 최대해 대신대학교 총장은 "해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신입생 충원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재정적인 압박으로 수업과 교수진 수급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교단 소속의 신학대학을 위한 한국교회의 선교적인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규대학과 신학대학원의 보다 체계적이고 정상적인 교육이 필요한 시대"라고 진단하며 "정상적인 신학교육이 없으면 이단이나 신학적인 오류로 국내외 전도와 선교, 세계선교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신학교육기관의 난립은 신학교육에 엄청난 폐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 총장은 "창의적이고 지혜로운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한국교회 전체가 이러한 부분을 놓고 기도하고 협력했으면 한다. 각 대학의 특성을 살려 세계화를 향한 신학대학교로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교단은 물론 한국교회가 단순한 지원뿐만 아니라 함께 연구하고 프로젝트를 개발해 나가는 자리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경산시장배 외국인 축구대회가 지난해 11월 대신대학교에서 열렸다. /대신대

최대해 총장이 이끄는 대신대학교는 경상북도 경산시에 위치한 신학대학교임에도 불구하고 대학기관 평가 인증에서 인증 대학으로 선정돼 교육 국제화 역량 인증 대학으로도 인정받았다. 또한 지역의 RISE 사업과 기타 지원 사업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지난 8년 동안 신입생 유치율 100%를 달성한 대학으로 정통 보수 신학의 산실임을 증명하고 있다.

AI 인공지능 시대와 관련, 휴먼영상 컨텐츠대학원에서는 AI와 관련된 학과를 신설했다. 대학 정규 교과과정에도 AI 관련 교과목을 도입하여 교수들이 폭넓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세계화에 발맞춰 글로벌 비즈니스, 뷰티케어, 사회복지, 스포츠 지도자 전공을 개설했으며, 특별히 상담영어학부에서도 해외 학생들의 교육환경과 복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함께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특별반을 구성하고 우수 교수진을 유치하여 사이버와 대면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최 총장은 "기독교 이념에 충실하면서도 과감한 변화를 시도해 시대와 여건에 맞는 교육과 선교의 패러다임을 새로 적립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학생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차별화된 교육 과정을 개발하고,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등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더욱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대신대학교는 신입생 감소에 따른 자구책으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열린 외국인 유학생 문화체험학습 모습. /대신대

한편, 대학이 받아야 하는 기관평가인증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일어나고 있다.

대학기관평가인증은 관련 법령에 따라 대학이 교육기관으로서 기본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 판정하고, 그 결과를 사회에 공표함으로써 사회적 신뢰를 부여하는 제도이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병설 한국대학평가원에서 주관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건전하게 운영하는 지방 신학대학교에 대해 너무나 예리한 잣대로 들이대면 살아남을 곳이 몇이나 있겠느냐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학생 모집도 신경써야 하는데 기관평가인증이 족쇄가 되고 있다는 말이다.

한 관계자는 "정체성을 가지고 올바르고 건전하게 학교가 발전해 나가는 대학에 대해서는 기준을 낮춰주면 좋겠다"면서 "교단에서도 협조를 해주고 학교가 존립할 수 있도록 지표도 낮춰 신학대학들이 자체적으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자율에 맡겨줄 것"을 요청했다.

최대해 총장 역시 "교육부에 중소규모 대학에 대한 지원 강화를 건의하면 긍정적으로 답을 하지만 현장으로 돌아가 보면 바뀌지 않는다"면서 "중소 규모의 대학들이 교육여건·성과 평가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현실적인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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