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세계대회서 자유 품새 우승하며 인기몰이
한국인 아버지, 필리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다문화 정체성이 경쟁력...'공인 품새'에도 도전"

2024년 12월 1일 홍콩 콜로세움에서 세계태권도연맹(WT) 주최로 열린 2024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에서 17세 이하 남자 프리스타일 우승자 변재영(성호중)이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
2024년 12월 1일 홍콩 콜로세움에서 세계태권도연맹(WT) 주최로 열린 2024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에서 17세 이하 남자 프리스타일 우승자 변재영(성호중)이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

"어머니는 원래 제가 태권도를 하는 걸 강하게 반대하셨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팍팍 밀어주십니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태권도 선수 변재영이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다른 아이들처럼 부모 손에 이끌려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던 변재영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우연히 본 태권도 시범단 K타이거즈의 동영상을 보고 선수의 꿈을 가졌다. 초창기에만 해도 어머니의 반대가 컸단다. 돈도 많이 들고 부상의 위험도 크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태권도를 배운 지 3년 만에 국제 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 만큼 재능을 드러내자 오히려 어머니가 든든한 지원군으로 응원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변재영은 최근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자신의 성장 스토리를 전하는 등 ‘태권도 품새 신동’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홍콩 콜리세움에서 열린 2024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에서 변재영은 17세 이하 남자 프리스타일(자유 품새) 결선에서 9.54점을 기록하며 정상에 올랐다. 자유 품새는 태권도 품새 경기 중 하나로, 공인 품새와 달리 고공 연속 발차기, 회전 발차기, 아크로바틱 킥 등 자유로운 동작들을 구성할수 있는 품새를 말한다. 이날 변재영은 음악에 맞춰 공중으로 약 3m 뛰어올라 8차례 발차기를 한 뒤 안정적으로 착지하는 등 고난도 아크로바틱 기술을 선보였다. 우승이 확정되자 태극기를 들고 ‘1080도 발차기’를 세리머니로 선보여 관중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변재영은 "오히려 국내 대회보다 긴장을 덜 했다"라며 "안되는 기술 위주로 연습하고, 부상도 틈틈이 관리하다 보니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변재영은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평소에는 ‘다문화 2세’라는 사실을 잊고 살지만 가끔 외국인 아니냐는 말을 들을 때 한번씩 실감하곤 한단다. 상처를 받을 법도 하지만 변재영은 오히려 다문화 정체성이 자신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한다. 양국 음식을 골고루 먹고 문화도 배울 수 있어 좋다는 것이다. 맞벌이로 뒷바라지해주시는 엄마·아빠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다는 변재영은 ‘공인 품새’에도 도전장을 낼 계획이다. 공인 품새는 태권도 수련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태권도 기술의 정수다. 변재영은 "일단 상반기에 열리는 ‘아시아 청소년 태권도 품새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목표"라며 "공부도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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