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례 초선 김민전은 지난해 여름 매우 의미심장한 의문 하나를 던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 가족과 관련된 수사는 이상하게 비등점까지 올랐다가 순식간에 확 불이 꺼져버린다."
가려운 데를 시원스럽게 긁어 주지 못해 답답하고 궁금해 하던 보수우파들 무릎을 탁 치게 만든 문제 제기였다. 검찰이 도대체 그러는 이유가 뭐냐는, 아무도 하지 않던 채근이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귀순 어부 강제 북송 사건은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의한 조치들이라 대충 뭉갰다고 치자. 문재인 자녀와 김정숙 관련 의혹 수사는 혈세와 뇌물이 오간 국민적 의혹이라 김민전의 의문에 공감들을 많이 했다.
검찰은 과연 이상했다. 지난주 결정이 그랬다. "예, 우리는 이상한 수사를 하는 대한민국 최고 수사 기관입니다"라는 인정이었다. 이번엔 아예 비등점까지 끓어오르지도 않은 채였다. 수사 자체를 하지 않다가 시기를 봐서 ‘무혐의’라 때리고 덮어 버린 것 아닌가?
불기소 무혐의 처분도 고소 사건 3개(타지마할 관광-샤넬 재킷 먹튀-경호원 수영 강습)를 한꺼번에 묶어 무더기로 내렸다. 냄새가 고약하다. 골치아픈 전직 대통령 의혹 수사들을 털어 버리려 한 정황이다. 때는 권력 전환기, 검찰이 정치를 하고 있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김정숙 사건 중에 가장 국민들 관심이 높고 분노를 크게 산 두 가지가 타지마할 나홀로 ‘관광 외교’와 옷값 사치다. 문재인 부부가 인도를 방문하고 온 뒤 곧바로 김정숙이 또 전용기를 타고 다녀온 타지마할 사건은 버킷 리스트 달성을 위한 4억여 원 낭비란 계산서가 달린 사건이다.
문재인은 회고록에까지 이 전용기 관광을 한 장(章)으로 끼우며 "내가 못 가게 되자 인도 정부가 간곡히 요청해 아내가 다시 간 것"이라고 역성을 들었다. ‘배우자 외교’라는 용어도 지어냈다. 이 노력은 국민의힘 배현진의 취재로 수포가 됐다. "우리(문재인) 정부가 요청해서 방문을 성사시켜 전용기를 띄우게 된 것"이란 ‘특종’이다.
검찰은 그러나 문재인 측 주장만 취해 죄가 없다고 했다. 프랑스 국빈 방문 때 김정숙이 입은 한글 문양 샤넬 재킷을 챙긴(개인 소장) 것 아니냐는 의심도 일축했다. 입장이 곤란해진 샤넬 사의 결백 주장을 그대로 인정했다. 수사를 하고 싶지 않았다는 자백이다.
김정숙이 경호원으로부터 개인 수영 강습을 받았다는 것과 기업 고위 임원들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주재했다는 고소 건들에도 ‘정황 증거 없음’이란 도장을 찍었다. 서둘러 찍고 서류를 덮어 버리는 장면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민주당은 검찰의 황송한 변신에 반색했다. "국격을 떨어뜨리는 저열한 정치보복에 대한 당연한 결과다." 현재 진행 중인 수사도 당장 중단하라고 흥분했다. 이재명 사건 수사들이 정치 보복이라는 물타기다.
자기들 것은 보복이고 현 정권 것은 공정한 잣대를 적용하라고 한다. "검찰은 명백한 증거가 남아 있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여전히 수사를 미루고 있다. 형평성 위반이자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3백만 원짜리, 그것도 몰카 공작 선물 거절 못한 것과 4억여 원 혈세 낭비가 같나?
검찰은 이 선동꾼들에게 면죄부를 헌납하면서 수백 벌, 수억 원어치 옷을 청와대 특활비 등으로 사들인 의혹의 김정숙 옷값 사치 사건은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빠져나갔다. 무더기 무혐의 불기소 처분 후 립서비스라는 걸 모른다면 순진한 사람일 것이다.
문재인은 지난 주말 진영 언론과 장시간 인터뷰에서 검찰총장 발탁 비화 등을 공개했다. "(계엄-탄핵 사태를 거치며) 검찰 개혁의 방향에 대해서 이제는 모든 국민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만큼 공감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라고도 했다. 맞는 말이다. 이런 정치 감각만 발달한 검찰은 개혁이 필요하다.
그는 적어도 검찰에 대해서는, 다시 살아 있는 권력이 됐다. 검찰이 그 권력자 부인에게 큰 상 하나를 올렸다.
